1998년 러 국채펀드 '깡통사태' 떠올려
나머지 브릭스 펀드들도 반토막

러시아 경제가 1998년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 후 최대 위기에 봉착하면서 러시아펀드가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25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10억원 이상인 러시아펀드 19개의 1년 평균 수익률은 24일 기준 -76.09%로 투자 원금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손실을 냈으며, 6개월 평균 수익률은 -79.70%까지 추락했다.

이는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이 각각 -54.36%, 53.13%인 해외주식형펀드(772개) 중 최악이다.

지난 5월 8천670억원이던 러시아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1천650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JP모간러시아주식종류형자 1A'의 경우 1년 수익률이 -84.37%에 머물러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대표적인 자원부국 펀드로 주목받던 러시아펀드가 추락한 것은, 국부의 원천인 원유 가격이 급락한 데다 그루지야 전쟁까지 겹치면서 경제난이 급격히 악화했기 때문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확산하면서 루블화 가치와 함께 주가 폭락도 지속했다.

러시아 증시의 RTS지수는 5월 중순 사상 최고치인 2,498.10까지 치솟았다 21일 현재 580.12로 77% 급락한 상태다.

이달 초순 한때 고점 대비 낙폭을 67%까지 줄여 회복 기대가 일었지만, 이후 글로벌 디플레이션 우려 속에 재차 급락했다.

러시아펀드 수익률이 갈수록 악화하면서 일각에선 디폴트 선언 당시 러시아 국채에 투자했다 원금을 전액 날린 러시아펀드 사태를 떠올린다.

1996년부터 판매된 러시아국채펀드는 국내 채권형펀드보다 2~3%포인트 높은 연 15%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면서 인기를 끌었으나, 디폴트 선언으로 러시아 국채가 휴짓조각이 되면서 `깡통펀드'가 됐다.

시장전문가들은 현재 투자자들이 가입한 러시아펀드가 러시아 주요 기업에 투자하는 주식형펀드여서 과거처럼 국가 부도로 한꺼번에 원금을 날리지는 않는다 해도, 경제난이 지속하면 추가적인 주가 하락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계웅 굿모닝신한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경제난도 있지만 러시아 정부와 서구 자본의 갈등 양상이 지속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러시아 경제와 증시의 회복 기간이 상당히 길어질 수 있다는 게 투자자들에겐 큰 위험이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펀드와 함께 해외펀드 열풍을 주도했던 중국, 인도, 브라질 등 나머지 브릭스(BRICs) 국가에 투자한 펀드들은 1년새 하나 같이 반 토막이 난 상태다.

수탁고(순자산) 9조4천억원으로 해외주식형펀드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펀드(95개)는 1년 평균 수익률이 -58.76%를 기록하고 있으며, 인도펀드(27개)는 -48.09%, 브라질펀드(19개)는 -49.30%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