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해 법원이 무죄 판결함에 따라 2년여 걸쳐 계속됐던 사회적 논란도 일단 종지부를 찍게 됐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감사원과 국세청까지 총동원됐고,형사사건 사상 최다인 86차례 공판을 개최하며 공직사회는 물론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매머드급' 재판의 1심 결론은 반외자 정서와 공무원 보신주의만 키운 채 허송세월을 보낸 것으로 결론이 난 셈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참여정부 하에서 팽배한 포퓰리즘적 사고로부터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와 투기자본감시센터 등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외국 자본에 국부를 유출해선 안 된다"며 일반의 정서를 자극하면서 수사를 촉발시켰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에 1조3000여억원을 투자해 수조원의 매각 차익을 볼 것"이라는 등의 시각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 대한 외국인들의 투자 매력도 또한 크게 낮춘 사건이었다. 당시 태미 오버비 주한 미국상공회의소 대표는 "한국의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론스타 사건이 외국인 투자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무원들의 보신주의를 크게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판결에 대해 공무원들이 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변 전 국장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으로 기소되면서 공직 사회에선 '모난 돌이 정 맞는다. 복지부동이 최고다'라는 식의 인식이 퍼졌다"며 "위기 상황에서 당국자의 정책적인 판단을 법으로 다시 평가하는 것은 될 수 있으면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당시에는 은행들이 언제 무너질지 몰라 상당한 위기의식이 있었다"며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제쳐놓고 은행이 정상화된 이후에 '헐값 매각'이라고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외환위기 때도 정책 당국자들의 대응이 사법적 판단 대상이 됐지만 무죄가 확정됐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이번에도 무죄가 선고된 만큼 경제관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