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트로닉스알에스넷 … "한계기업 여부 따져봐야"

경기침체로 대기업들까지 몸을 사리고 있지만 일부 코스닥 적자기업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코스닥기업 썬트로닉스는 폐쇄회로(CC)TV용 디지털영상저장장치(DVR) 생산업체 티지오엘 지분 84.57%를 147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티지오엘은 지난해 매출 80억원에 순이익 2억원을 기록했으며 조준희 썬트로닉스 대표가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를 지낸 장외업체다.

조 대표는 지난 7일 썬트로닉스 대표로 취임하자마자 자신이 보유한 티지오엘을 썬트로닉스에 매각한 것이다. 썬트로닉스는 이번 인수를 위해 187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 적자기업 알에스넷(옛 위디츠)은 지난 21일 신지소프트 주식 320만주(16.24%)를 134억원에 취득키로 했다.

지난해 주가조작과 횡령사건에 휘말렸던 신지소프트는 올 3분기까지 매출 15억원에 순손실 75억원을 기록한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다. 하지만 알에스넷의 주당 매입단가는 4200원으로 인수결정일 주가(1020원)보다 4배가량 높다. 지난 9월 신지소프트 지분 9.66%와 경영권을 60억원(주당 3428원)에 인수했던 임명수씨는 두 달 만에 22% 차익을 남기고 지분을 넘기게 됐다.

알에스넷 관계자는 "최근 주가가 급락해 인수가격이 비싸 보이는 측면도 있지만 소프트웨어사업과 반도체유통사업 간 시너지가 있다고 판단해 투자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8년 연속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나노마인도 지난주 호텔운영업체 블루클럽메리츠와 에스노바홀딩스를 각각 94억원과 34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3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인 씨티엘도 아직까지 매출이 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케이아이피비를 31억원에 인수키로 했으며,텍슨도 올 3분기 누적 순손실 51억원을 기록하고 있지만 통신기기판매업체 휴먼텔을 135억원에 사들였다.

경기침체기에 코스닥 적자기업들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사업다각화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코스닥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적자기업들의 대규모 투자는 단순한 사업다각화로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이 있어 주가 급등락이 우려된다"며 투자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연말 회계감사를 앞두고 이뤄지는 한계기업들의 대규모 출자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아울러 자산양수도 신고서 심사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말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