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내년 D램값 올해처럼 60%하락땐 삼성전자 빼곤 정부지원 불가피 할듯"

"올해처럼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 내년에 삼성전자를 제외한 모든 메모리반도체 업체들의 현금이 바닥날 것이다. "

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 근접했다는 업계의 희망 섞인 관측에도 불구,내년에 주요 메이커들의 보유현금이 빠르게 소진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대두되고 있다. 지금같은 하락속도라면 대만은 물론 미국 유럽 일본 한국업체들도 독자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000년 이후 디지털 기술의 눈부신 발전과 글로벌 컨버전스(융ㆍ복합) 확산에 힘입어 호황기를 질주해왔던 세계 반도체업계가 생사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돈줄이 말라간다

JP모건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반도체 수요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면서 내년에는 추가 투자여력이 있는 회사만 살아남는 구조로 업계가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JP모건은 그 근거로 D램 가격이 올해처럼 50% 이상 하락할 경우를 가정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1조원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닉스는 내년 4분기께 보유현금이 마이너스 1억1700만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또 엘피다의 보유 현금은 내년 말에 마이너스 13억2900만달러,프로모스와 마이크론도 각각 마이너스 17억200만달러와 3억7900만달러 수준까지 주저앉을 것으로 점쳐졌다.

D램 가격은 지난해 51.4%나 하락한 데 이어 올해도 50% 이상 떨어진 상태다. 감가상각비용이 큰 반도체업계의 특성상 보유현금 고갈 자체가 생산 중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최소한의 유지ㆍ보완 투자가 어려워져 도산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 최대 수혜"

JP모건은 내년에 D램 가격이 34% 정도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올 4분기부터 내년 4분기까지 D램업계가 갚아야 할 금액은 51억달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D램 업계 3위인 엘피다는 내년도 예상 부채 상환금액이 18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점쳐졌으며 2위인 하이닉스도 8억5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JP모건은 이에 따라 생존게임의 '최대 수혜주'로 삼성전자를 꼽았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말 기준 8조1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지난 3분기 기준 D램 업체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JP모건은 "삼성전자가 시설과 기술 투자를 계속한다면 앞으로 수년간 경쟁업체와 격차를 벌리며 D램 시장 점유율을 높여 나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정작 삼성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도 D램 분야의 흑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공적자금 투입 가능성 대두

업계는 굳이 JP모건의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내년이 반도체시장의 생사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이 반등하지 못할 경우 '천하장사'도 당해낼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D램뿐만 아니라 낸드플래시 시장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는 이달 초 발표한 시장 보고서를 통해 "D램과 함께 대표적인 메모리 반도체 제품인 낸드플래시 시장이 작년 대비 14% 감소한 120억달러에 그칠 것"이라며 "내년에는 15% 정도 추가로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아이서플라이는 또 "올해 1기가바이트(GB) 낸드플래시 가격은 62% 하락했지만 내년에도 50% 정도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업계 일각에선 내년 하반기 이후 가격반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몰라 속만 태우고 있다. 국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만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사실상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양상이 다른 나라에도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