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뉴욕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정부 부처의 수장이 기준금리 인하폭이나 기업어음(CP) 매입 등 금융통화위원회 의결 사항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 자체가 '도를 넘었다'는 것이다.

한은도 금리 인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은 상대적으로 둔화한 반면 경기 침체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도 최근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하지만 금리 인하 시기나 폭은 어디까지나 금통위 소관 사항이라는 게 한은의 기본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7명의 금통위원으로 구성된 금통위"라며 "특정인이 내리고 말고를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며 불쾌한 심기를 드러냈다.

CP나 양도성 예금증서(CD) 매입 가능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위로부터 CP나 CD 매입을 검토해 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고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제위기 상황에서 100% 안 한다고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면서도 "문제는 지금이 그걸 해야 할 상황이냐는 것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업들의 CP를 매입하는 것은 미국이 금융위기의 진앙지로 기업들의 부실이 심각하기 때문이지만 한국의 경우 그 단계까지 상황이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