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먼사태 후 회수압박 쏟아져

할부금융사와 리스사들의 유동성 부족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금융 불안으로 회사채 시장이 전체적으로 얼어붙은 가운데 은행에 비해 신용등급이 낮은 할부ㆍ리스사들이 자금 조달에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할부ㆍ리스사는 고객으로부터 예금을 받는 은행과 달리 모든 자금을 채권 발행이나 차입 등에 의존해야 해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9일까지 할부ㆍ리스 등 여신전문회사가 발행한 채권(캐피탈채)은 600억원으로 같은 기간 만기가 도래한 채권 규모(1510억원)를 크게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채권 발행액이 만기 도래액에 2000억원가량 못 미친 데 이어 두 달 연속 새로 조달해 오는 돈보다 갚아야 하는 돈이 많게 된 것이다.

채권평가기관들의 집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할부ㆍ리스사의 발행채권 규모는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매달 1조원씩의 채권을 새로 발행해야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을 상환하고 신규 영업을 펼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지만 채권 발행은 매달 줄어들고 있다. 지난 9월만 해도 만기물량(4200억원)보다 훨씬 많은 7482억원의 캐피탈채가 발행됐으나 10월 들어 발행액이 145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채권 순상환으로 돌아섰다.

한 할부금융사 관계자는 "9월만 해도 금리가 높아서 문제였을 뿐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며 "그러나 10월부터는 할부금융 채권에 대한 수요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부터는 현대캐피탈과 KT캐피탈 등 업계 선두권 업체나 대기업 계열의 할부ㆍ리스사를 제외하고는 채권 발행이 전무한 실정이다.

정부가 채권시장안정펀드를 통해 캐피탈채를 매입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눈치다.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은 신용등급이 높은 회사를 중심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아 중ㆍ소형사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영업 활동까지 위축돼 4분기부터는 영업실적이 적자로 돌아서는 업체도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하태경 한국신용평가 수석애널리스트는 "영업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이라면 그나마 버틸 수 있겠지만 이미 많은 업체들이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에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