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휴대폰 불황 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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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약정제로 구매 부담 줄고 마니아·고소득층에 어필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고가 휴대폰 시장은 뜨거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히트 모델로 꼽히는 삼성전자 '햅틱폰'은 79만원이란 고가에도 60만대 이상 판매된 데 이어 햅틱폰 후속 모델인 '햅틱폰2'도 고가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폰의 소비자는 주로 고소득층이나 마니아층에 집중돼 있어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가폰 돌풍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19일 고급 터치 스크린 휴대폰인 '햅틱폰2'와 '스타일보고서'가 출시 7주 만에 각각 20만대와 15만대씩 판매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출시된 햅틱폰2의 이 같은 판매 실적은 전작 햅틱폰을 능가하는 것이다.
햅틱폰의 경우 출시한 지 8주가 지나서야 2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가폰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총 8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50%를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7월 국내 시장에 내놓은 69만원짜리 시크릿폰이 25만대 이상 판매되며 고가폰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고가폰 시장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가격이 60만원 이상인 고가폰 판매 비중은 올초에 비해 대부분 크게 늘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2.3%에 불과했던 고가폰 판매 비중이 10월에는 25.9%로 상승했다. KTF도 1월 2.9%였던 고가폰 판매 비중이 10월 말 기준 10.2%로 늘었고,LG텔레콤은 1월 11%였던 고가폰 비중이 10월에는 16%로 높아졌다.
이처럼 경기 불황에도 고가폰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4월부터 이동통신회사들이 사용 기간을 약속하면 휴대폰 보조금(할인 혜택)을 더 주는 의무약정제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소비자들은 의무약정제를 통해 고가폰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도 고가폰 마케팅 주력
이통사들이 실적 악화 등으로 최근 들어 보조금을 점차 줄이고 있지만 의무약정제가 도입된 이후 소비자들의 휴대폰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도 고가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1~2년 정도 되는 약정 기간 동안 휴대폰을 다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단말기를 살 때 비싸더라도 될 수 있으면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가폰은 청소년들과 같은 휴대폰 마니아층이나 고소득층이 주로 사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조사들의 고가폰 전략도 시장 키우기에 한몫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터치스크린폰을 중심으로 70만~80만원대의 휴대폰을 집중적으로 내놓았다. 이달 말 삼성전자가 내놓을 'T옴니아'는 가격이 10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T옴니아를 포함해 올해 하반기 출시된 휴대폰 총 31종 가운데 60만원이 넘는 고가폰은 12종(39%)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고급 기능의 스마트폰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값 비싼 휴대폰 출시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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