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햅틱2' 7주만에 20만대·'스타일보고서' 15만대 판매
의무약정제로 구매 부담 줄고 마니아·고소득층에 어필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고가 휴대폰 시장은 뜨거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최고 히트 모델로 꼽히는 삼성전자 '햅틱폰'은 79만원이란 고가에도 60만대 이상 판매된 데 이어 햅틱폰 후속 모델인 '햅틱폰2'도 고가폰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가폰의 소비자는 주로 고소득층이나 마니아층에 집중돼 있어 경기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고가폰 돌풍 계속된다.

삼성전자는 19일 고급 터치 스크린 휴대폰인 '햅틱폰2'와 '스타일보고서'가 출시 7주 만에 각각 20만대와 15만대씩 판매됐다고 밝혔다. 지난 9월 말 출시된 햅틱폰2의 이 같은 판매 실적은 전작 햅틱폰을 능가하는 것이다.

햅틱폰의 경우 출시한 지 8주가 지나서야 2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고가폰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총 80만대를 판매하며 점유율 50%를 지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LG전자 역시 지난 7월 국내 시장에 내놓은 69만원짜리 시크릿폰이 25만대 이상 판매되며 고가폰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고가폰 시장의 성장세는 수치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국내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가격이 60만원 이상인 고가폰 판매 비중은 올초에 비해 대부분 크게 늘었다. SK텔레콤은 지난 1월 2.3%에 불과했던 고가폰 판매 비중이 10월에는 25.9%로 상승했다. KTF도 1월 2.9%였던 고가폰 판매 비중이 10월 말 기준 10.2%로 늘었고,LG텔레콤은 1월 11%였던 고가폰 비중이 10월에는 16%로 높아졌다.

이처럼 경기 불황에도 고가폰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지난 4월부터 이동통신회사들이 사용 기간을 약속하면 휴대폰 보조금(할인 혜택)을 더 주는 의무약정제를 도입한 영향이 크다. 소비자들은 의무약정제를 통해 고가폰 구매 비용을 줄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제조사도 고가폰 마케팅 주력

이통사들이 실적 악화 등으로 최근 들어 보조금을 점차 줄이고 있지만 의무약정제가 도입된 이후 소비자들의 휴대폰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도 고가폰이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다. 1~2년 정도 되는 약정 기간 동안 휴대폰을 다시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단말기를 살 때 비싸더라도 될 수 있으면 좋은 제품을 고르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고가폰은 청소년들과 같은 휴대폰 마니아층이나 고소득층이 주로 사고 있어 상대적으로 경기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제조사들의 고가폰 전략도 시장 키우기에 한몫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계열 등 국내 휴대폰 제조사들은 터치스크린폰을 중심으로 70만~80만원대의 휴대폰을 집중적으로 내놓았다. 이달 말 삼성전자가 내놓을 'T옴니아'는 가격이 100만원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T옴니아를 포함해 올해 하반기 출시된 휴대폰 총 31종 가운데 60만원이 넘는 고가폰은 12종(39%)에 달한다. 업계 전문가는 "앞으로 고급 기능의 스마트폰 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값 비싼 휴대폰 출시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