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 것도 M&A(인수ㆍ합병)이지만,잘 파는 것도 M&A다. "

두산그룹이 10년 넘게 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해오면서 유지해온 철학이다. 이는 1896년 서울 종로구 배오개에서 '박승직 상점'으로 출발한 두산이 112년 만에 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두산은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OB맥주를 중심으로 하는 소비재 중심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을 시작으로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2006년 영국의 미쓰이밥콕(현 두산밥콕),2007년 미국 밥캣 등을 잇달아 인수하면서 인프라지원사업(ISB) 중심의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두산이 글로벌화를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ISB를 선택한 것은 무한한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두산은 ISB를 통해 2015년 매출 100조원,영업이익 10조원,해외 매출 비중 90%를 달성한다는 장기 비전도 그려두고 있다. 실제 지난 수년간 두산이 보여준 성적표는 화려하다. 2000년 4조원에 불과했던 두산의 매출은 2005년 11조9000억원,2007년 18조6000억원으로 늘어났다. ISB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한 최근 8년 동안 그룹 외형이 4배 이상 커진 것이다.

두산의 변신은 현재 진행형이다. 지난 8월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은 창사 112주년을 맞아 임직원들에게 "두산은 지난 112년 동안 수많은 시련과 역경을 슬기롭게 극복하며 세계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했다"며 "앞으로도 변화에 대한 능동적 수용과 확고한 신념을 통해 국내 최고(最古) 기업에서 글로벌 최고(最高)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최근 지난 10년간 이어졌던 그룹 사업구조 재편을 마무리하고 있다. 비주력 사업의 자산매각과 함께 주력사업에 집중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이달 초 병과 팩 등 포장용기를 제조하는 자회사 두산테크팩을 국내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4000억원을 받고 매각하기로 했다. 또 두산인프라코어의 방산사업부문을 분할하는 등 재무구조 안정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이 M&A 만큼이나 사업 구조조정도 공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그룹 관계자는 "두산의 구조조정 계획에는 '소비재 사업부문 축소'와 '중공업 중심 사업구조 재편'이라는 그룹의 중ㆍ장기 전략이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