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 안통하는 '검은 백조' 장세, 정상 회복까지 '안전 운행' 할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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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스완(Black Swan)은 일회성이 아니다,안전한 곳으로 피신하라."
10월 '블랙 스완'으로 불릴 만한 주가 급락을 경험한 증시가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환매에 대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주식을 팔고 있고 전체 시장에서 개인 매매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불안정성도 더욱 심화되고 있다. '100년 만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할 격동'을 겪고 있는 투자자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자산으로 일단 피신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위기 절반밖에 안 지났다
블랙 스완은 검은 백조를 말한다. 말 그대로 1%도 안 되는 가능성이 현실화된 것이다. 지난 10월 주가 하락률은 23%에 달했다. 10년 전 외환위기 때를 제외하고는 처음이며 확률적으로 0.5%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세계적 금융위기의 확산이 일차적인 원인이다. 한국시장은 대외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로 해외의 혹평을 받으며 주가도 유례를 찾기 힘든 폭락을 맛봤다. 하지만 단지 그 이유만이 아니었음이 곧 드러났다. 국내 상장사들의 3분기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위기가 국내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위기가 아직 절반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미국 주가는 고점 대비 48% 하락했다. IT(정보기술) 버블 붕괴 때 수준이다. 하지만 상황은 당시보다 더욱 심각하다. 앞으로 신용카드사,소규모 지방은행,제조업체,유통업체의 부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기가 중간 정도를 지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위기의 진척이 한국의 주가 흐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코스피지수는 바닥을 통과했는가. 이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이재광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10월27일 장중 892를 기록한 것을 저점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여전히 투자 위험이 높은 상태"라고 말했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공황 시기와 유사하지만 900선이 무너진 것은 이미 기업의 흑자도산 가능성까지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희운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등을 기대한 무리한 시장 접근은 위험하다"며 "경기선행지표 개선과 중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도 면밀히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내 대부분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들은 미국 주택가격이 반등하는 시점 전까지는 본격적인 반등이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안전한 자산으로 피신하라
전문가들은 우선 현금을 중시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주식 보유보다는 현금 비중을 늘리고 투자할 회사도 현금이 많은 회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성 위기 국면이기 때문이다. 우영무 푸르덴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엇보다도 안정성에 기반을 둔 포트폴리오 구성이 중요하다. 성장성이나 수익성과 같은 전통적 가치판단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현금 흐름이나 대차대조표 등 안전성을 제일의 투자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 투자처는 역시 경기방어주다. 박종현 우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금 보유 및 창출 능력이 높은 업종 대표주와 함께 자산가치가 높고 불황에 상대적으로 강한 KT 농심 영원무역 등을 투자 대상으로 검토할 만하다"고 제시했다. 현대증권도 방어주인 통신 제약 등의 업종에 관심을 가질 것을 권했다.
또 세계적 경제위기에 생존 가능성 높은 기업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생존하고 나면 다른 경쟁자들의 몰락으로 점유율 확대라는 부가적인 성과까지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김학주 센터장은 "자동차와 반도체 업종이 대표적이다. 미국 등지에서 자동차 업체와 반도체 업체들이 불황을 맞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세계 경제 위기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경쟁력을 갖춰 살아남은 업체들의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 △이자보상배율이 높고 △PCR(주가 현금흐름 비율)이 낮고 △시가총액보다 현금이 많거나 △배당투자가 유망한 종목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투자처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