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논의의 뜨거운 감자 `노조', 추가 양보가 관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파산 위기에 몰린 자동차산업의 구제책을 강력히 촉구하는 이면에는 자신의 대선 승리에 자동차노조의 지지가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자동차노조를 기반으로 한 민주당 지도부도 오바마와 보조를 맞춰 자동차산업의 구제안을 시행하라고 백악관과 재무부를 연일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납세자의 세금으로 자동차산업에 구제자금이 지원될 경우 노조의 양보와 희생이 뒤따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그동안 경영진에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고 양보한 만큼 구제의 대가로 구조조정을 압박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구제안이 실행되건 파산절차에 들어가건 상관없이 노조의 추가 희생은 불가피하다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오바마 당선인으로서는 이런 골치아픈 문제를 가능하면 조지 부시 대통령이 남은 임기내에 정리하고 넘어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입장에서 정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18일 미국의 ABC방송이 분석했다.

퓨전IQ의 최고경영자인 배리 리트홀츠는 "오바마 당선인은 납세자와 자동차노조 양쪽의 입장에서 어려운 결단을 내려야 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부시 대통령이 구제방안에 단안을 내려주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오바마가 부시 대통령을 압박하는 이유는 내년 1월까지 계속 끌면 오바마로서는 노조와의 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UAW로서는 부시 대신 오바마의 취임 이후 더 나은 구제 조건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오바마의 취임 이후까지 기다릴 수 없는 처지다.

벼랑끝에 몰린 자동차산업의 사정을 감안하면 그때까지 기다렸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파산상태에 처할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와 의회의 합의로 도출된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양보없이 구제안이 시행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UAW 관계자는 현재 구제안의 조건으로 거론되고 있는 추가구조조정에 대해 "현재의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초래된 것은 노동비용의 상승 때문이 아니라 경기부진이 근본원인"이라며 노조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노조는 퇴직자를 위한 연금보험 납부를 자체 부담키로 하고 건강보험료의 회사측 부담분 인하에도 합의했으며 2010년부터는 임금삭감에도 동의한 상태다.

UAW 관계자는 "GM의 경우 이며 파산기업에서나 할 수 있는 정도로 임금을 절반으로 깎는 등 혹독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상태라면서 "만일 미국의 자동차산업을 파산하도록 내버려 둔다면 부품조달과 애프터서비스에 불안감을 느낀 고객들이 미국차를 결코 구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시간주 출신의 의회 의원들도 UAW의 이런 주장에 공감을 보이고 있지만 공화당을 중심으로 의원들은 전혀 상반된 입장이다.

ABC방송은 판매부진으로 조업시간을 단축하면서 미국의 3대 자동차업체들은 유휴 인력을 출근하지 않도록 내버려두지만 일본 도요타의 미국 현지공장에서는 생산성 극대화를 위한 연수교육으로 충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점에서 미국 자동차업체들이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의 앨라배마 출신 상원의원인 리처드 셸비 의원은 NBC방송의 `미트 더 프레스'에 출연, "미국 자동차산업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구제방안은 세금의 낭비이며 파국을 연장시키는데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