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들이 퇴직 후 재취업할 수 있는 민간기업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 정부가 고위 공직자의 퇴직 후 재취업에 대한 제한 조치를 강화하려는 가운데 퇴직 공직자의 직업 선택 자유에 대해 법원이 엄격하게 해석할 것을 요구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수석부장판사 김인욱)는 18일 금융감독원(준공기업)에서 1급 직원으로 일하다 퇴직 후 삼성화재에 취직한 손모씨가 금융위원회 위원장(옛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제기한 해임요구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손씨가 보험검사1국에서 생보사 및 손보사들을 상대로 조사업무를 한 적은 있다"며 "그러나 손씨의 부서는 삼성화재 같은 손보사가 아닌 생보사를 관장하며 보험회사에 대한 직접적인 감독이 아닌 보험사기사건 조사가 주 업무인 점 등에 비춰보면 손씨가 밀접한 연관성이 있는 기업에 취직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공직자윤리법 제17조 4항에 따르면 취업제한 시 퇴직자 소속 부서의 업무 범위를 퇴직자의 자유와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하지 않게 규정하라고 돼 있는 만큼 부서의 업무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제17조)에 따르면 고위 공무원 등은 퇴직 직전 3년 동안 근무한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퇴직 후 2년간 취업할 수 없다. 공직자들이 유관 기업들과 유착해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다만 윤리위의 승인을 얻은 때는 가능하다.

행정법원의 한 판사는 "손씨에 관한 판결은 해당 부서의 업무가 기업체와 직접 연관이 없으면 취업제한을 할 수 없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