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자유무역 합의불구 러시아 수입차 관세 인상
美ㆍEU, 성탄절 앞두고 中장난감 안전규제 강화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곳곳에서 보호무역주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이 보호무역을 배격하자는 내용의 합의문을 채택했는데도 세계 각국에서 각종 보호주의적 조치들이 잇따르고 있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는 조만간 자동차 수입관세를 대폭 인상할 방침이다. 드미트리 판킨 재무차관은 "러시아의 자동차업체 보호를 위해 당초 계획대로 수입차에 대한 관세를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신청을 위해 도입했던 제도를 포함해 무역협정 내용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FT는 이 같은 무역협정에 대한 검토가 수입관세 인상이나 민감한 품목에 대한 수입할당 축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판킨 재무차관은 러시아의 수입차 관세 인상이 보호주의를 배격키로 한 G20 합의문 내용과 모순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조치가 G20 합의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Ecipe)의 프레드릭 에릭슨 이사는 "G20 합의는 각국 정부의 무역정책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의미가 있진 않았다"고 분석했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중국 간의 무역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과 EU가 중국산 장난감 등에 대해 안전성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엄격한 검사를 실시키로 결정,중국과 '크리스마스 무역 분쟁'이 일 조짐이다.

EU위원회는 이날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중국산 장난감 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례 없이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EU위원회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발생한 상품안전 문제 중 56%가 중국산이거나 중국산 원료를 사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좀 더 효과적이고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도 중국산 제품에 대한 주의보가 발령됐다. 미 소비자안전위원회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제품 안전에 대한 보다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멜라민 함유 유제품이나 독성물질이 포함된 장난감 등에 대해 감시와 감독이 강화돼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켰다. 특히 미국은 수입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대폭 강화,어린이 사용 제품에 대해 생산업자가 원재료의 안전성까지 입증하지 않으면 통관을 보류시키기로 했다. 이에 대해 중국 산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처럼 각국이 보호무역적인 조치를 앞다퉈 내놓으면서 자유무역 확대를 위해 추진해온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과 각국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큰 진전을 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박성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