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후순위채 발행에 이어 대규모 증자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미국발 금융위기에다 실물경제 악화에 따른 대출 부실화에 대비,자본을 확충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은행들이 연말까지 조달하려는 자금이 6조원에 이르러 시중자금 왜곡현상이 나타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18일 이사회를 열어 1조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결의하고 5000억원 이상을 하나은행 증자에 사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증자 규모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하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건전성지표 중 핵심인 기본자본비율(Tier1)을 8% 이상으로 높이려면 5000억원 이상을 증자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기본자본비율은 지난 9월 말 7.45%로 우량 은행의 잣대로 여겨지는 8%를 한참 밑돈다. 경쟁 시중은행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어서 각종 루머에 휘말리는 발단이 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주사와는 별도로 이사회를 열어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의결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5000억원의 증자와 50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이 모두 이뤄지고 나면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월 말 10.65%에서 11.65%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지주도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최대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결의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일부를 우리은행 증자에 사용할 계획이다. 증자 규모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우리금융에선 6000억원가량을 고려하고 있다.

BIS 기준 기본자본비율이 9월 말 기준 7.63%인데 이를 금융감독 당국 권고대로 8% 이상으로 끌어올리려면 6000억원가량의 증자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우리금융은 나머지 중 3000억원은 연말까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에 쓴다는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증자와는 별개로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판매 중이다. 우리은행은 증자와 후순위채 발행이 마무리되면 자기자본비율이 9월 말 현재 10.53%에서 11%대 중후반으로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신한금융지주도 내주 중 5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계열사 지원에 나설 계획이다. 신한 측은 이 중 3500억원은 올 연말과 내년 1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상환에,나머지는 카드와 캐피털의 유동성 지원에 각각 사용키로 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은행에 대해서는 재무건전성에 문제가 없는 만큼 증자나 자금 지원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18일 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판매를 마감했지만 판매 목표를 1조5000억원으로 증액,오는 25일까지 추가로 판매에 나선다. 농협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마쳤으며 외환은행은 조만간 후순위채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박준동/이심기 기자 jdpower@hankyung.com

[ 용어풀이 ]

◆자기자본비율,기본자본비율=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백분율'이다. 이때 자기자본은 '기본자본(Tier 1)'과 '보완자본(Tier 2)'의 합계액이다. 기본자본은 자본금 내부유보금 등 실질순자산으로 영구적 성격을 지닌 반면 '보완자본'은 후순위채권 하이브리드채권 등 부채 성격을 지닌 자본을 말한다. 보완자본을 뺀 기본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산출한 지표가 바로 기본자본비율이다. 통상 자기자본비율은 10% 이상,기본자본비율은 8% 이상이면 우량은행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