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현지시간)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프레스센터가 마련된 워싱턴 팔로마호텔.이명박 대통령이 이곳을 급하게 들렀다. G20정상회의 결과를 기자들에게 직접 브리핑하기 위해서였다. 이 대통령의 프레스센터 방문은 공식 일정에 없던 것으로 기자들에겐 직전에 통고됐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의 의미와 결과를 30분 동안 상세히 설명했다. 대통령이 특정 회의 결과에 대해 직접 브리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이 대통령이 그만큼 G20회의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비중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을 말하는 데 주력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 정상회의 합의 사항을 조정하고,내년 4월 말까지 열리게 될 제2차 회의에 제출되는 금융대책을 재무장관회의 2010년도 의장국인 한국과 브라질(2008년도 의장국),영국(2009년도 의장국) 등 3개국이 맡도록 했다는 것을 소개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의미에서 한국이 새로운 금융체제 변화를 꾀하는 세계 경제사에 크게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전체회의에서 11번째로 기조연설을 했고,정상 오찬에서는 영어로 연설을 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시장개방과 보호무역주의 지양에 관한 연설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직접 요청해 이뤄졌다고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얼마 전 부시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할 때 '보호무역주의로 후퇴해서는 안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고,부시 대통령이 감명받아 오찬발언을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상회의에 앞서 이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의 G20정상회의 대표인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및 브루킹스연구소 관계자들을 잇달아 만나 외교ㆍ안보,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등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이 대통령은 "한ㆍ미FTA는 경제적인 관점뿐 아니라 한·미동맹 관계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리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만났다. 남북문제와 관련,반 총장은 "북한의 핵 포기와 인권개선을 위해 유엔 또한 인내심을 갖고 최대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고,이 대통령은 "북한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해제된 만큼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