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 어려울수록 남 돕는 미덕… 문근영 같은 '기부천사' 덕에 훈훈"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탤런트 문근영씨는 최근 별명을 하나 더 얻었다. '기부천사'가 그것이다. 6년간 8억5000만원이란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신분이 드러나는 걸 극구 꺼린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문씨가 거액을 기부한 단체가 바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다. '사랑의 열매'란 배지로 더 잘 알려진 모금단체다.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모금도 여의치 않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세중 회장(73)은 우리 국민들이 간직해온 '나눔의 문화'에 대한 믿음이 두터웠다. 그는 "어려울 때일수록 힘든 사람을 더 도와야 한다는 전통이 우리 사회에 존재해 왔다"며 "최근의 위기가 오히려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근영씨처럼 드러나지 않게 꾸준히 도움을 주는 개인과 기업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어 올 모금 목표액도 무난히 달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확신이다. 이 회장은 특히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외국 기업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며 "국민들도 이에 대한 고마움을 알아야 하는데 잘 모르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설립된 지 10년 됐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1월에 만들어졌으니까 딱 10년 됐죠.당시는 외환위기 직후라 기업과 개인 모두 어려웠습니다. 실업자는 넘쳐나는데 사회안전망은 미약한 상태였고요. 복지 사각지대를 민간차원에서 메워보자는 취지에서 생겨난 기구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입니다. "

▶최근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외환위기 직후를 연상시키고 있는데요. 아무래도 모금에 어려움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실제 그렇습니다. 올 들어 10월까지 모금한 돈은 1055억원입니다. 작년 같은 기간의 1144억원보다 적은 액수죠.그렇지만 우리 국민들 사이에는 어려운 때일수록 서로 돕자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돼 있습니다. 어려울 때 못 가진 사람들이 더 고통 받는다는 인식이 퍼져 있어 나눔의 손길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난 외환위기 때도 어렵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주신 분이 많았습니다. 이런 전통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

▶해마다 12월과 1월에 모금활동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데요. 올해는 어떨 것 같습니까.

"12월1일부터 내년 1월 말까지 '희망 2009 나눔 캠페인'을 벌일 예정입니다. 모금 목표액은 2058억원입니다. 작년(1985억원)보다 많습니다. 일부에서 경제위기 상황을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합니다만,목표대로 달성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또 그만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게 저희의 각오이기도 하고요. "

▶탤런트 문근영씨가 6년 동안 8억5000만원을 기부한 것으로 밝혀져 화제가 됐습니다. 문 씨의 선행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나요.

"물론 알고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본인이 신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요청해와 그동안 밝히지 못했었죠.문씨는 아직 젊고 연예계 경험도 짧은데요. 사회에서 받은 혜택을 골고루 나눠 갖는다는 나눔 정신을 실천하는 좋은 사례로 보여집니다. "

▶문씨가 기부한 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습니까.

"2003년 공동모금회 계좌에 '문근영'이라는 이름으로 1000만원이 입금됐었습니다. 문씨는 당시 고교 1학년 탤런트였는데요. 이때가 첫 기부였죠.처음엔 모금회 사업대로 기부금을 사용하다가 기부액이 늘어나면서 '문근영 기금'을 별도로 만들었습니다. 특별히 백혈병 등 난치병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의 가정을 지원하기를 원하는 문씨의 뜻을 반영한 거죠.지난 5월엔 소아암 어린이 6명이 문씨를 초대해 생일파티를 열어 주기도 했습니다. "

▶기부자 중에는 다른 연예인 등 유명인사들도 많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이미 발표했다시피 홍명보 축구국가대표 코치도 매년 기부를 하고 있고요. 개그맨 김용만씨 및 황기순씨와 김미화씨,현영씨 등 수많은 사람들이 꾸준히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

▶금액은 크지 않지만 정성을 모은 기부자들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많이 있죠.원성남 할머니의 경우 1년 동안 폐품을 모아서 판 52만여원을 전부 기부해와 저희 직원들을 울린 적이 있고요. 또 혼자 사는 김춘희 할머니는 옥탑방 전세자금 1500만원을 기부한 것을 비롯해 정부에서 지원받는 생활지원비를 모았다가 매년 갖고 와 많은 감동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이 분들이야말로 어려워도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눠갖는 나눔의 정신을 직접 실천하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

▶개인 기부자도 많지만 아무래도 금액면에서는 기업들의 기부가 상당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어떻습니까.

"기업들이 기부한 금액은 1999년 51억원에서 작년에는 1806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모금액의 70%가 기업에서 나오고 있는 셈인데요. 삼성,현대.기아차,SK,LG,포스코 등 주요 그룹들은 매년 100억원 이상 기부하고 있습니다. 외국 기업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 실적입니다. 저희로선 아주 고마운 일입니다. 그런데도 일부 국민들이 이 고마움을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

▶일부에서는 모금회의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지적도 있습니다만.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기보다는 그동안 기업 기부가 질적,양적으로 급신장을 이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개인 기부 총액이 5356억원인데 삼성의 기부액수만 1872억원에 달하고 있습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성화는 다른 나라 공동모금회들이 부러워하는 부분입니다.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기부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만들어 가야 한다고 봅니다. "

▶외국과 우리나라의 기부문화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우리나라가 아직은 많이 미치지 못한다고들 하는데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기부문화도 이제 많이 발전했습니다. 전 세계 46개국으로 구성된 공동모금회 국제조직(UWI)이 있는데요. 한국은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치고 모금액수와 신장률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0년밖에 안됐지만 성장속도도 빠르고 절대액수도 많다보니 국제사회에서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만 서구 국가들에 비해 아직까지는 기업이나 단체 위주 기부가 많은 편입니다. "

▶모금액은 주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습니까.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차상위 빈곤계층에 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조2709억원을 지원했습니다. 해당 단체나 기관의 지원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배분하고 있습니다. "

▶그러다보면 배분이 과연 투명하게 이뤄지는지도 관심인데요.

"그건 걱정 마십시오.모금회의 특징이 정치적 중립성과 배분의 투명성,효율성입니다. 내부 규정과 조직을 통해 꼭 돈이 필요한 곳인지를 심사하고 있습니다. 또 지원한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도 평가하고 있고요. 거액을 지원한 기업들의 경우 기업별 배분현황 책자를 별도로 만들어 배부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

▶이제 12월이면 연말 모금 캠페인에 나설 텐데요. 혹시 국민들께 요청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모두가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넉넉해야만 나누는 게 아닙니다. 가진 것중 일부를 이웃과 함께 나눈다는 나눔의 철학이 있어야만 더불어 사는 사회가 만들어집니다. 나눔문화가 확산되면 양극화나 빈부격차도 해소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사회통합도 이룰 수 있고요. 모쪼록 나눔문화에 많이 참여해서 어렵지만 훈훈하고 행복한 연말이 됐으면 합니다."

하영춘.김동욱/허문찬 기자 ha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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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중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회장

◆약력 △1935년 서울 출생 △경기고 서울대 법대 졸업 △서울지방법원 판사 △대한사회복지회 이사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협의회 공동대표 △한국방송공사 이사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부회장(1998~2002년) △환경재단 이사장(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