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2년째부터 계단식 인하 … 자산운용協, 약관개정 추진

이르면 내달부터 새로 만들어지는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는 판매사에 지불하는 보수가 가입 2년째부터 매년 10%씩 낮아질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펀드 가입 기간이 길수록 투자자의 부담이 줄게 돼 장기투자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국내외 주식형펀드의 판매보수를 이같이 내리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펀드표준약관 개정작업이 추진되고 있다.

자산운용협회는 펀드에 가입할 때 수수료를 내지 않는 '클래스C형'을 대상으로 가입 2년째부터 매년 판매보수를 10% 이상씩 최소 2년간 계단식(스텝다운형)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가입 첫해 적용되는 판매보수가 투자기간에 관계없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예를 들어 가입 첫해 펀드 판매보수가 연 1.28%인 펀드의 경우 다음해는 1.152%,3년차에는 1.037%로 낮아지게 된다.

펀드 가입 때 수수료를 먼저 떼는 선취형 펀드(클래스A)는 '클래스C'보다 낮은 보수를 현행대로 계속 유지하는 정률 방식과 보수를 다소 높인 뒤 매년 인하하는 하향계단식 중 선택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보수 인하를 4년 이후에도 적용할지와 기존 펀드 투자자에게도 혜택을 줄지는 아직 미정이다.

협회는 이 같은 인하방안을 통해 펀드에 3년 이상 장기 투자하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협회는 오는 18일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상품심의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조율,이르면 이달 말까지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방침이다.

최봉환 협회 부회장은 "일단 펀드 전체 보수 중 비중이 큰 판매보수만 인하하기로 했다"면서 "구체적인 인하폭과 새 표준약관을 기존 상품에도 적용할지 등은 심의위 회의와 금융위원회와의 조율 등을 거쳐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표준약관이 마련되면 대부분의 클래스C형 펀드는 의무적으로 하향계단식 판매보수 체계를 도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이 펀드보수 인하를 적극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펀드 판매보수가 운용보수보다 오히려 높게 돼 있어 장기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돼 왔다.

다만 은행과 증권사들이 보수가 싼 펀드를 적극적으로 판매할지는 미지수다. 지금도 한 상품에 여러 개의 클래스를 둔 일부 멀티클래스 펀드들은 투자 기간이 길수록 판매 보수가 낮아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잔액이 1조2000억원에 이르는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의 경우 판매보수가 일정한 클래스K형이 1조1700억원 이상이지만,투자기간에 따라 보수가 낮아지는 상품은 300억원 미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사들이 수수료 선취형 위주로 상품을 구성한다면 보수인하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해영/김재후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