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백건우 "곡에 담긴 신비주의 이해하려 성경공부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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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앙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앞둔 피아니스트 백건우씨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꽃무늬 가득한 옷을 입고 있으니 그렇게 이상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20세기의 위대한 음악가 올리비에 메시앙이었어요. "
14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2ㆍ사진)는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첫 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오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메시앙의 작품 '아기 예수를 위한 20개의 시선' 공연을 앞두고 있다. 메시앙은 프랑스 출신으로 종교적 신비주의와 비서구적인 색채,정교한 리듬 등으로 20세기 음악의 새 지평을 연 작곡가다.
백씨가 메시앙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40여년 전 줄리아드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다.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이본 마리오가 메시앙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듣고 그 완벽한 구조와 다양한 테크닉,강렬한 선율에 빠져들었다. 그 후 80년대 중반에 메시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몇 차례 전곡 연주를 했고,1996년 서울 명동성당에서도 메시앙을 공연했다.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메시앙의 곡을 연주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교를 익히는 것보다 그의 종교적 사상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메시앙이 써놓은 '작가노트'에 대한 공부와 성서 연구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가노트'는 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종교학자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청중은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라고 백씨는 말했다. 피카소가 자신만의 세계 속에 시대의 보편적인 흐름을 녹여냈듯 메시앙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종교색을 곡 안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파리에서 메시앙 전곡 연주회를 하는데 열한 살짜리 꼬마가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더라고요. 그만큼 메시앙의 음악 언어는 명확합니다. "
백씨는 또 관객들이 곡의 화려한 테크닉에만 현혹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것은 관객의 종교적 체험을 위해 메시앙이 쓴 방법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메시앙의 음악을 정확하고 기계적으로 다루는 반면 백씨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요소를 잘 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추상적인 작품이지만 백씨 특유의 해석과 표현으로 관객들의 피부에 닿도록 한다.
지난해 베토벤 전곡 연주에 이어 올해 메시앙 공연까지 하고 나서도 도전할 것이 남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등산을 예로 들어 답했다.
"산 밑에 있을 땐 모르지만 산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보이는 것이 더 많지요. 정복하고 싶은 봉우리들이 더 많아지는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어렵든 쉽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이번 공연은 CJ문화재단의 문화 나눔 캠페인 '위 러브 아츠'의 후원을 받아 입장권가격이 2만~6만원으로 낮게 책정됐다. (02)318-4301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머리가 하얀 할아버지가 꽃무늬 가득한 옷을 입고 있으니 그렇게 이상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20세기의 위대한 음악가 올리비에 메시앙이었어요. "
14일 서울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백건우씨(62ㆍ사진)는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의 첫 인상을 이렇게 회고했다. 그는 오는 3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메시앙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메시앙의 작품 '아기 예수를 위한 20개의 시선' 공연을 앞두고 있다. 메시앙은 프랑스 출신으로 종교적 신비주의와 비서구적인 색채,정교한 리듬 등으로 20세기 음악의 새 지평을 연 작곡가다.
백씨가 메시앙과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40여년 전 줄리아드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다. 그의 부인인 피아니스트 이본 마리오가 메시앙 작품을 연주하는 것을 듣고 그 완벽한 구조와 다양한 테크닉,강렬한 선율에 빠져들었다. 그 후 80년대 중반에 메시앙을 집중적으로 공부해 영국과 프랑스에서 몇 차례 전곡 연주를 했고,1996년 서울 명동성당에서도 메시앙을 공연했다.
고도의 테크닉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진 메시앙의 곡을 연주하기가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기교를 익히는 것보다 그의 종교적 사상을 따라가기 힘들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메시앙이 써놓은 '작가노트'에 대한 공부와 성서 연구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작가노트'는 시적이고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 종교학자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하지만 청중은 오히려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곡이라고 백씨는 말했다. 피카소가 자신만의 세계 속에 시대의 보편적인 흐름을 녹여냈듯 메시앙도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종교색을 곡 안에 담아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파리에서 메시앙 전곡 연주회를 하는데 열한 살짜리 꼬마가 와서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하더라고요. 그만큼 메시앙의 음악 언어는 명확합니다. "
백씨는 또 관객들이 곡의 화려한 테크닉에만 현혹되지 말 것도 당부했다. 그것은 관객의 종교적 체험을 위해 메시앙이 쓴 방법일 뿐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다른 피아니스트들은 메시앙의 음악을 정확하고 기계적으로 다루는 반면 백씨는 그 안에 들어 있는 고전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요소를 잘 살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추상적인 작품이지만 백씨 특유의 해석과 표현으로 관객들의 피부에 닿도록 한다.
지난해 베토벤 전곡 연주에 이어 올해 메시앙 공연까지 하고 나서도 도전할 것이 남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등산을 예로 들어 답했다.
"산 밑에 있을 땐 모르지만 산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보이는 것이 더 많지요. 정복하고 싶은 봉우리들이 더 많아지는 겁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 어렵든 쉽든 계속해서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
이번 공연은 CJ문화재단의 문화 나눔 캠페인 '위 러브 아츠'의 후원을 받아 입장권가격이 2만~6만원으로 낮게 책정됐다. (02)318-4301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