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악의 경기침체를 맞은 가운데 경제정책을 이끌고 있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경제전문가들로부터 낙제점 수준인 'D+'를 받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3일 경제전문가 5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버냉키의 업무수행 평가 점수가 100점 만점에 69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을 그대로 두면서 시장 불안을 키웠고,FRB의 법적 권한 범위를 지나치게 넓혔다는 점이 박한 평가를 받은 주 이유였다. 700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집행 중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과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각각 64점,69점의 낮은 점수를 얻었다.

하지만 설문에 참가한 경제전문가들의 77%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10년 1월로 임기를 마치는 버냉키를 연임시켜야 한다고 응답했다. 베어스턴스와 AIG에 긴급 구제자금을 투입하고,과감한 금리인하를 단행하는 등 경기부양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하는 점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로렌스 메이어 전 FRB 이사는 "버냉키의 연임은 향후 금융위기 확대 정도와 FRB가 진행 중인 각종 대책들의 성공 여부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도 재임 당시 경제대통령으로 군림했지만 퇴임 후 여러 비판을 받는 것처럼 버냉키도 좀 더 오랜 시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CNN은 이날 오바마 당선인의 경제정책에 대한 미국 일반인 대상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6%가 '오바마가 경제 여건을 개선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