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석유화학의 단기차입금 규모가 3개월만에 5000억원 가량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룹 내 주력 계열사로서 재무부담을 감수하면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4일 한화석화가 공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말 기준 단기차입금은 1조928억원에 달한다. 지난 6월말 5670억원 규모에 비해 3개월만에 무려 5200억원 가량 크게 늘어난 것이다.

부채총계는 지난 6월 말 2조2226억원 규모에서 3조373억원으로 8000억원 가량 늘었으며, 93%이던 부채비율은 126%로 크게 상승했다.

지난 6월 완료된 유상증자 자금 3300억원에 더해 대우조선 인수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이해된다. 지주회사격인 한화의 경우 부채비율이 236%에 달해 추가 차입금 조달이 용이치 않다는 점에서 결국 한화석화가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화석화 관계자는 "국내 금융권을 통해 대출 한도 내에서 추가 확보한 것"이라며 "대우조선 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수도 있지만, 중국과 태국 등지의 공장 증설을 위한 복합적인 용도"라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화 컨소시엄이 제시한 대우조선해양 입찰금액이 6조원을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한화석화의 재무 부담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다"며 "한화석화의 대우조선해양 지분율을 20%로 가정하면 한화석화의 총 차입금은 3조원을 웃돌아 연간 이자비용이 2000억원을 넘게 된다"고 우려한 바 있다.

한화석화는 그룹 내 현금 창출력이 가장 뛰어난 주력 계열사라는 점에서 과거에도 굵직굵직한 현안의 자금줄 역할을 해 왔다. 2002년 한화그룹이 대한생명을 인수할 당시 한화석화가 사들인 지분은 그룹의 인수 지분 30.5% 중 절반 이상인 16.72%에 달했으며, 지난해 한화그룹의 서울 장교동 사옥 재매입도 한화석화의 자금이 투입됐다.

한편 이날 한국기업평가는 한화, 한화석유화학, 한화건설의 무보증사채 및 기업어음 신용등급을 부정적 검토(Negative Review) 대상에 등록한다고 밝혔다.

한기평은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 불안 및 실물경기 둔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6조원 이상의 대규모 자금조달의 불확실성과 참여 계열사의 레버리지 확대 등으로 그룹 전반의 재무안정성 저하가 예상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경닷컴 박철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