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이 실시된 13일 고사장 분위기는 1교시 언어영역이 끝난 후 화기애애했다가 2교시 수리영역을 마친 후 갑자기 침울해졌다. 언어 영역은 지난해에 비해 쉽게 출제된 반면 수리영역은 다소 까다롭게 나오면서 문제풀이 시간이 부족했다는 학생이 많았다.

2교시를 치른 서울 휘문고 교실 곳곳에서는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답안 제출 시간이 지나서까지도 답안지를 다 작성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학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점심시간 때 2교시 수리영역의 정답을 확인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3교시 외국어 영역도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표정은 어두웠다.

○…서울 광화문에서는 한 고3학생이 수능을 치르지 않고 경쟁교육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인문계 고교 3학년생인 김모양(17)은 "현행 교육시스템과 학벌사회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청소년의 삶은 너무 가혹해진다"며 "나부터라도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오늘 실시된 수능시험을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들도 최선을 다해 수능에 임했다. 장애인 전용 시험장인 경원고에서는 29명의 장애인이 수능을 치렀다. 이 학교 최고령 수험생인 이창수씨(57ㆍ서울 서대문구 봉은 2동)는 이날 오전 7시35분 학교 정문을 들어서면서 "장애인들에게도 꿈과 희망을 주고 싶다"며 "마치 새로 태어나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손과 발을 쓰지 못해 독방에서 시험을 친 김영관군(19)은 "학교 측의 적극적인 협조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시험을 치렀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성선화 기자/김정환ㆍ이문용ㆍ정원하 인턴(한국외대)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