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지역 200여 고철상 납품처 못찾아 '개점휴업'

"이렇게 갑자기 고철값이 떨어질 줄 몰랐네요. 한마디로 답이 안 나오는 상태입니다."

경북 구미에서 고물상을 하는 A 씨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고철값이 급락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12일 구미지역 고철매매상에 따르면 지난 7월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던 국내 고철값이 최근들어 급락하면서 고철매매상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고철값이 급등하면서 고철 매매상들은 함박 웃음을 지었다.

고철값이 추가로 상승할 것에 대비해 사재기하는 사례도 만연했고, '돈이 벌린다'란 소문이 돌면서 고철 매매상을 해보겠다며 뛰어든 사람도 많았다.

고철값이 급등하면서 고철 경매현장에서도 과열양상이 빚어졌고, 철강업계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는 등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심지어 교량 명판이나 가로수 보호판, 맨홀 뚜껑 등까지 훔쳐가는 사례가 만연해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대대적인 예방과 수사에 나섰을 정도였다.

그러나 철강업체들이 원자재값 폭등에 대비해 재고를 많이 확보했고, 고철 수입량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경기침체로 철강생산이 줄면서 고철값이 7월 이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해 현재 5분의 1 이하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가장 상태가 좋은 고철을 가리키는 생철의 매입가는 1㎏당 최고 680원까지 올랐으나 몇 개월 사이 120원 선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200여곳에 이르는 구미지역 고철 매매상들은 가격 상승에 대비해 쌓아뒀던 고철 재고를 납품할 곳을 찾지 못해 사실상 운영 중단에 들어갔다.

대부분 영세하다 보니 고철매매 업체들은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고, 일부 업체는 고철 사재기에 편승했다가 자금난을 견디지 못해 파산에 이르기도 했다.

한 매매상은 "500원대에 산 고철이 100원대에 머물고 있으니 개점휴업 상태"라며 "400t 가량 쌓아둔 고철을 볼 때마다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매상은 "10여년째 고철매매를 했지만 고철값이 예고도 없이 이렇게 급등하고 예고도 없이 급락하는 경우는 처음 접한다"며 "1~2년 정도 버틸 수 없는 매매상은 모두 쓰러질 것"이라고 전했다.

(구미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sds1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