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 새 아이콘 `오바마신드롬'

버락 오바마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그의 선거주제였던 `변화(change)'로 상징되는 `오바마신드롬'이 미국은 물론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모두가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던 `흑인 대통령 탄생'이라는 역사가 현실화되는 것을 목격하면서 미국인들은 물론 전세계인들 사이에서 `바꿔 열풍'이 다시 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선거과정에 오바마가 외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던 `Yes, we can'이라는 구호는 좌절과 절망에 빠져 있는 미국인들은 물론 세계인들의 변화 열망에 불을 지폈다.

그저 구호였던 한 마디가 이젠 전세계 `변화의 동력'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젊은층, 변화의 기수로 서다 = 그동안 미국사회에서 `젊은층'이라는 말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말로 특징지어졌다.

대부분의 미국 선거 투표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삶의 궤적 자체가 `아메리칸 드림'을 보여주는 오바마는 정치적 문맹이었던 젊은 세대들에게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있다는 점과 `참여를 통한 변화'라는 깨달음을 던졌다.

이번 대통령 선거 투표율이 지난 1908년(65.7%) 이후 최고 투표율(64.1%)을 기록한 것은 무엇보다도 젊은 층의 투표참여가 높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CNN 출구조사 결과 18~29세 유권자 가운데 66%가 오바마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터넷이 주요한 놀이터이자 생활의 공간인 젊은 층들은 유튜브 등 온라인을 통해 오바마 지지세력을 확대하고 오프라인에선 가가호호 유권자들을 방문, 오바마 지지를 호소함으로써 `오바마의 보병부대'역할을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일 오바마의 승리를 이끈 젊은 층을 `0세대'라고 소개하면서 `0세대'들은 지금 오바마가 이끌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에 부풀어있다고 전했다.

`0세대'는 60년대 초에 끝난 베이비붐 세대 이후에 태어난 세대를 일컫는다.

1961년생인 오바마도 `0세대'로 분류된다.

올해 23세인 캘리포니아 출신 한 대학생은 최근 워싱턴 D.C. 링컨기념관 앞에 마련된 오바마 당선 축하 메시지를 담는 게시판에 "오바마는 아메리칸 드림이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적었다.

하지만 이들 0세대들이 오바마 정부 출범과 함께 경제위기,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 등 현실문제와 부딪힐 경우 그 변화의 동력을 어떻게 유지해 나갈지 주목된다.

또 변화를 추구하는 0세대들이 안정을 희구하는 노·장년층 등 기성세대들과의 조화도 풀어 나가야할 숙제다.

그동안 주류사회에서 소외됐던 흑인, 히스패닉들도 오바마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적극적인 투표참여를 통해 보여줬다.

이번 대선 유권자 중 백인 비율은 2000년의 81%에 비해 74%로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흑인과 히스패닉 등 소수계의 참여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 CNN 출구조사 결과 흑인 가운데 96%, 히스패닉 유권자 중 66%가 압도적으로 오바마에게 표를 던진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오바마가 집권 이후 경제위기 등 당면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과정에 소수인종들이 느끼는 차별과 불평등을 가시적으로 해소하지 못할 경우 기대가 실망으로 돌변, 적잖은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에 변화의 물결 가시화 = 대통령에 당선된 오바마의 정권인수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공화당 부시 정권 8년간 워싱턴을 지배했던 정치문화에도 변화의 물결이 몰려들고 있다.

먼저 행정부의 정책을 결정짓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싱크탱크의 주도세력교체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네오콘들의 둥지였던 미국기업연구소(AEI)와 헤리티지재단, 허드슨 연구소 등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오바마 정권인수팀장을 공동으로 맡은 존 포데스타가 소장을 맡고있는 미국진보센터(CAP)나 진보적 성향의 브루킹스연구소 등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경제위기, 전쟁 등 두 가지 주요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민대통합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의 목소리를 균형있고, 효율적으로 반영하는 게 오바마 정부의 과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인종차별 없애자' 전세계 움직임 확산 =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인종차별을 없애고 소수인종의 사회적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운동이 유럽에서도 본격화되고 있다.

프랑스 일요신문인 `르 주르날 뒤 디망슈'는 정부와 기업에 인종적 다양성을 증진하는 정책을 주문하는 내용의 `위 누 푸봉(Oui, nous pouvons. Yes,we can의 불어식 표현)'이라는 이색 청원서를 게재, 눈길을 끌었다.

특히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부인인 카를라 부르니 여사도 이 청원에 서명, 관심을 샀다.

영국에서도 흑인 총리 탄생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고 있고, 중국에서도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을 위구르인이나 티베트 출신이 국가주석에 선출된 사례로 비유하며 사회적 불평등을 없애야 한다는 움직임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젊은 정치인들이 `한국판 오바마'를 자임하며 자신과 오바마를 연결시키기 위해 노력하는가 하면 정치권에서도 변화를 추진하는 오바마의 정치를 본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