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인 '서킷시티'가 신용위기와 업계 경쟁 심화로 10일 파산보호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국내 삼성전자와 LG전자를 포함한 전자제품 공급업체들도 제품 공급대금이 채무로 묶여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버지니아주 미연방 파산법원에 제출한 파산보호 신청서에 따르면 서킷시티는 지난 8월 말 현재 34억달러의 자산과 23억2000만달러의 부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721개,캐나다에 770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내 업계 2위인 서킷시티는 최근 선두 경쟁사인 베스트바이와 대형 유통점인 월마트,그리고 온라인 전자제품 판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서킷시티는 지난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억392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판매량은 6분기 연속 감소해왔다. 또 서킷시티는 지난해 단 1분기만 영업이익을 냈으며 지난 9월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13%나 감소했다.

위기에 직면한 서킷시티는 지난 3일 미국 내 전체 매장 중 20%에 해당하는 155개 매장을 올해 안으로 폐쇄하겠다는 자구방안을 발표했었다. 이로 인해 종업원의 17%에 해당하는 7300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예상됐다. 서킷시티는 신규 매장 개설을 줄이고 매장별 건물주와 임차료 재협상에 나서는 등 비용 절감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서킷시티는 전체 채무 가운데 전자제품 공급업체에 6억5만달러의 채무가 있다고 밝혔고,여기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도 포함돼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서킷시티가 휴렛팩커드에 1억1900만달러,삼성전자에 1억1600만달러 등의 채무가 있고 소니와 도시바 니콘 등도 이에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서킷시티는 기업회생 계획을 마련하면서 영업은 지속할 방침이다. 서킷시티는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를 효율화하고 보다 경쟁력있게 회생시킬 계획이라며 영업은 차질없이 계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서킷시티가 파산보호 신청을 함에 따라 제품 공급업체들은 채무가 묶이게 되고 향후 채권자협의회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일부 손실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서킷시티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업계에서는 경기침체에 따른 판매 부진 속에 많은 소매 유통업체의 파산과 폐점이 잇따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