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11일 실시한 달러 및 은행채 입찰에 금융회사들이 대거 몰려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의 달러 가뭄과 원화 유동성 경색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는 증거로 풀이된다.

한은에 따르면 이날 실시한 1조원의 환매조건부(RP) 거래방식 은행채 매입과 20억달러의 3개월물 외환스와프 경쟁 입찰에서 입찰액보다 많은 응찰이 이뤄진 가운데 입찰액 전액이 낙찰됐다.

RP 방식 매입에는 1조원 입찰에 3조원이 응찰해 1조원 모두 낙찰됐다. 평균 낙찰금리는 연 4.57%였고 만기는 내년 1월13일(63일물)이다. 이번 RP 매입은 한은이 총 5조~10조원 규모의 은행채(일부 특수채 포함)를 사들이겠다고 밝힌 뒤 처음 시행한 것이다. 총 1조원의 낙찰액 중 은행채는 7564억원이다.

또 이날 함께 실시된 20억달러 규모의 3개월물 외환스와프 입찰에도 34억5000만달러가 응찰해 20억달러가 전액 낙찰됐다. 낙찰 스와프포인트는 평균 -13원24전으로 결정됐다. 이를 금리 기준(스와프레이트)으로 환산하면 연 3.9%에 해당한다. 은행이 3개월간 원화를 맡기면서 연 5.69%(91일물 CD금리 기준)의 금리를 받는 대신 이 기간에 달러를 빌리는 대가로 연 9.59%의 금리를 내는 조건이다.

이날 입찰 결과에 대해 한은 관계자는 "금융권의 원화 및 외화유동성 경색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다는 증거"라며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피치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하고 미국 2위 유통업체 서킷시티가 파산보호 신청을 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실물경제위기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미리 자금을 확보해 두려는 금융사의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외화자금 사정은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 이후로도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통화스와프 체결이 발표된 지난달 30일 -9원이었던 외환 스와프시장의 3개월물 스와프포인트는 11일 -18원까지 떨어졌다. 외환 스와프포인트는 선물환율에서 현물환율을 뺀 것으로 마이너스 값이 클수록 외화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뜻이다.

한은이 실시하고 있는 외환스와프 경쟁입찰의 스와프포인트도 첫 번째 입찰이었던 지난달 21일 평균 -6원97전이던 것이 지난달 28일 -11원8전,지난 4일 -11원93전,이날 -13원24전 등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던 은행채 금리(3년 만기 AAA 등급 기준)도 지난 10일에는 연 7.31%로 전 주말보다 0.07%포인트 상승해 다시 올라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의 자금담당 임원은 "은행의 원화와 외화자금 사정이 모두 여의치 않아 당분간은 한은의 유동성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용석/유승호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