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절감 전도사' 일진다이아몬드 이윤영 대표

석재ㆍ금속가공 등에 쓰는 공업용 다이아몬드 세계 3대 메이커인 일진다이아몬드의 이윤영 대표(55ㆍ사진)는 요즘 분 단위로 시간을 쪼개 쓸 만큼 바쁘다. 회사가 매출의 3분의 1에 달하는 원가를 줄이는 데 성공한 뒤 노하우를 알고자 하는 업체들의 특강 요청이 줄을 잇고 있어서다. H그룹은 아예 방송팀을 보내 이 대표를 주인공으로 하는 '혁신성공 다큐멘터리'를 찍기도 했다.

이 대표는 11일 서울 마포구 도화동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경기가 안 좋으면 인력 구조조정이나 원시적 허리띠 졸라매기에 의존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한계도 분명하다"며 "원가혁신에도 재래식과 과학적 테크닉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강 때마다 무엇보다 '불특정'과 '포괄'의 함정에 빠져선 안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대표는 지난해 1월 일진그룹에 합류하기 직전까지 두산중공업에서 변화관리 총괄 및 담수화 사업부문(BG) 부사장을 맡아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원가절감과 '총력영업'을 통해 2004년 중동의 초대형 담수화 플랜트 싹쓸이 수주 등을 일궈낸 바 있다.

이 대표는 "전체 직원에게 막연히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내라는 것은 무모한 일"이라며 "혁신대상 업무와 책임자를 나노(10억분의 1m) 수준이라 할 만큼 잘게 나눠야 한다"고 밝혔다. 예컨대 'A제품 99개 생산공정 중 47번 공정에서 15%의 생산성 혁신이 가능하다'는 식의 정밀한 목표치를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른바 '나노적' 접근법이다. 책임 부여도 마찬가지다. "뚜껑혁신만 생각하는 직원,포장혁신만 하루종일 생각하는 직원 등 특정 과제를 쪼개줘야 집중도가 높아져 좋은 아이디어가 발굴된다"는 것.이런 원가절감 기법을 실제 적용한 결과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20년간 내다버리기만 했던 폐수 슬러지에서 니켈을 추출해보자는 직원의 아이디어로 월 1억2000만원이 절감됐어요. 또 하수구에는 촘촘한 '체' 하나를 달아놨더니 물에 씻겨나가던 다이아몬드 가루가 한 달에 2000만~3000만원어치씩 걸러졌고요. "

심지어 품질검사를 위해 다이아몬드를 담아두었던 종이봉투를 검사 직후 한 번씩 바구니에 털게만 했는데도,한 달에 500만원어치의 다이아몬드가 모아지자 직원들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것.

두 번째 원칙은 '면책'(免責)과 '대화'.이 대표는 공장에 나가 가로×세로 15m 공간에 말뚝을 박고 흰띠를 둘러놓은 '면책구역'을 설정했다. 안 쓰는 물건이나 장비 기계 등을 모아 팔자고 직원들을 설득했다. "처음엔 책임추궁을 당할까봐 미적거렸는데 정말로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했더니 숨어있던 중고품이 마구 쏟아지더라고요. 땅 속에 묻어둔 자재까지 파내옵디다. "

말단 직원과도 격의없이 지내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는 그의 장점이 십분 발휘된 셈이다.

회사는 월가절감 운동에 들어간 지난해 6월부터 지난 8월까지 1년2개월간 188억원의 원가절감 실적을 올렸다. 올해 말까지 예상 절감액은 216억원.이는 지난해 매출(641억원)의 34%에 해당하는 규모다. 지난해 8억원의 적자를 냈던 회사는 덕분에 올해 900억원 안팎의 매출에 9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물론 이 대표는 이익 증가에 따른 '당근'도 지급했다. 원가절감 이익 중 3% 범위 내에서,제안건수로는 건당 3000원씩을 제안자들에게 포상했다. 제안활동만으로 450만원을 타간 사람도 나왔다.

세계경기 침체와 관련,이 대표는 "불황이 와도 10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만큼 철저히 다이어트한 데다 세계 최초의 기술도 여러 개 개발했다"며 "내년에도 25%의 고성장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