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로 떠난 인재를 네트워크 거점으로 삼아라

"이제는 인재의 이동을 '두뇌유출(Brain drain)'이 아니라 '두뇌순환(Brain circulation)'으로 파악해야 한다."(진미석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인적자원연구 본부장)

"고숙련 인력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는 전략 못지않게 해외에 진출해 거주하는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디아스포라 전략'이 필요하다. "(더크 필라트 OECD 과학기술산업 디렉터)

지난 6일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08'의 '브레인 서큘레이션과 글로벌 인재 활용'이라는 세션에서 전문가들은 고급 인력이 선진국으로 장기·영구 이주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인재가 다양하게 이동하고 있는 두뇌순환 시대에 접어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런 만큼 이런 상황에서 인재를 어떻게 유치하고 활용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의 인재 이동 방향과 현재의 인재 이동 방향에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진 본부장은 "과거엔 인재가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이민 등의 방법을 통해 영구적으로 이동하는게 일반적이었다"며 "지금은 인재들이 선진국에서 개도국으로,개도국에서 개도국으로 다양하게 이동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이에따라 이민보다는 유학이나 연구 등 '임시적'으로 해외에 거주하는 인재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런 만큼 고급인력을 국내에 유치하고 해외에 진출한 국내 출신 인재를 귀국토록 하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인재들을 네트워크화하거나 거점화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필라트 디렉터는 "한국의 경우 국내에 유입되는 전문인력보다 해외로 나가는 전문인력이 더 많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런 상황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며 "해외 인재들끼리 관계를 맺도록 유도해 이들을 잘 활용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해외 거점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자국의 우수한 인재를 해외로 내보내는 문제에도 관심을 가질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꼭 필요한 국내 출신 해외 인재들이 귀국을 꺼리는 이유가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것도 물론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 본부장은 "미국에 남아 있는 한국 출신 박사 학위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70% 정도가 모국으로 돌아가면 삶의 질 하락과 연구환경 악화가 우려된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따라서 "인재를 국내로 유치하고 채용하는 것만을 정책 목표로 삼으면 곤란하다"며 "대학 경쟁력을 제고하는 등 고급인력들이 국내 활동에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여건 개선에도 신경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