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쉬런 중국 재정부장(한국의 기획재정부 장관)이 G20(주요 20개국) 재무장관 중앙은행 총재 회담 출장길에 올랐다가 중도에 급거 귀국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리는 G20 회담 참석에 앞서 APEC(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 재무장관 회담을 위해 지난 5일 베이징에서 32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페루에 발을 디딘 지 몇 시간 뒤 다시 32시간의 귀국길에 오른 것이다. 글라디스 오테로 스윈넌 APEC회담 의장은 "셰 장관이 '돌아와 경제 현안을 해결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이때부터 중국의 경기부양책 발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증폭됐다.

중국이 9일 4조위안(약 800조원) 규모의 초대형 경기부양책을 마련한 것은 그만큼 경기 하강 속도가 가팔라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광둥성에서만 7000개가 넘는 수출기업들이 지난 10월 이후 파산하는 등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쇄도산 사태가 나타나고 있다. 치루이자동차 등 대형 자동차업체들이 줄줄이 감원에 나서는가 하면 실직자들의 집단시위가 확산되는 등 사회적 불안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이체방크의 마쥔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상황"이라며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펴지 않을 경우 성장률이 올해 9.8%에서 내년에는 최저 6% 안팎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크레디트스위스(CS)는 중국의 4분기 성장률이 5.8%로 급강하할 것으로 예상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CLSA)도 4분기 성장률이 6.5%로 둔화되고 내년엔 5.5%로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6년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포브스 인터터넷판에 기고한 '중국의 경착륙?'이란 글을 통해 "그동안 세계경제를 움직여온 소비와 생산부문의 양대 엔진 가운데 미국(소비)은 사실상 정지했고 중국(생산)도 멈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성장률이 7%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중국은 (사회안정을 위해) 매년 2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9∼10%의 고성장이 필요하지만 현상태로는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경기부양책으로 주택과 농촌 기반시설,교통인프라분야 등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프라 발전이 그만큼 앞당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국은 또 완화된 금융정책을 시행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도 확대한다는 방침이어서 기업들의 자금난도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에 발표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 외에 소비를 촉진할 수 있는 과감한 감세안 등
이 또다시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 주말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내수시장을 육성해 중국이 세계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오광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