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자회견서 밝힌 오바마의 경제정책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첫 기자회견에서 밝힌 정책 방향은 크게 세 가지다. 서민.중산층과 자동차산업 살리기,그린에너지 정책이 그것이다. 모두 일자리 창출과 관련돼 있다. 구체적인 방안까지는 나오지 않았더라도 정권인수팀의 경제 분야 로드맵을 제시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내년 1월20일 공식 취임 때까지 모든 경제위기 대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중심으로 집행된다고 분명하고도 일정한 선을 그었다. 측근들은 이와 관련,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직후인 1932년 당선 뒤 취임할 때까지 4개월간 자신의 역할을 제한했던 사례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날 수차례 서민.중산층 살리기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10월 실업자 수가 24만명에 달하는 등 올 들어 12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언급한 뒤 "중산층 구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고용 창출 투자,실업보험 확대 등이 최우선 과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95%의 근로자 가구에 세금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와 함께 의회가 오랫동안 질질 끌어온 2차 경기부양안을 빨리 통과시키고,부시 대통령이 이를 승인해야 한다며 취임 전후에 부양책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자동차업계에 대한 과감한 지원도 밝혔다. 그는 "금융위기가 다른 경제 분야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며 대표적 사례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들었다. "자동차산업은 미국 경제의 척추"라며 자동차업계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의회가 마련한 대책 등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정권인수팀은 자동차업계의 구조조정,고연비 차량 생산 지원용 정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바마 당선인은 이와 관련,"이미 정권인수팀에 현행 법 아래에서 어떤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지,추가 입법이 필요한 사항이 없는지 연구토록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업계가 무너지면 수많은 중소 부품업체 도산과 실직 등으로 지역사회가 공멸할 수 있다는 절박감이 작용했음을 내비쳤다. 자동차산업의 메카인 미시간주의 제니퍼 그랜홀름 주지사를 경제자문단 회의에 참석시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자동차산업 위기와 실업률이 오바마를 테스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오바마 차기 정부가 로널드 레이건 정부 이래 최악의 경기 침체를 유산으로 물려받았다"고 전했다.

오바마 당선인은 또 현 행정부의 금융권 구제금융 프로그램 이행도 확실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구제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납세자와 주택 소유자 보호를 강화하되 금융권 경영진에 대한 부당한 보상을 차단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부당한 보상을 언급한 것은 월가 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장기적인 정책으로는 그린에너지 산업 육성,의료보험 및 교육체계의 개선 등을 꼽았다. 태양열,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일자리를 500만개 새로 만들고 교사들의 성과급제를 확대한다는 내용 등을 담겠다는 정책 구상이다.

오바마 당선인은 "직면한 생애 최대의 경제적 도전들이 결코 빨리 해결될 일은 아니나 대통령에 취임하면 경제위기 해결을 위해 모든 대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10일로 예정된 부시 대통령과의 첫 백악관 회동에서는 "초당적인 협력 정신을 부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