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메릴린치 지난주 10여명씩 감원

외국계 증권사 서울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지난 7일 출근하자마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해 들었다. 평소와 다름없이 업무를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해고됐다는 통보를 받은 것이다. 자신의 회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가운데 있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갑작스러운 통보에 적지 않게 당황했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외국계 증권사의 특성상 고객 명단이나 회사 자산 등을 빼가지 못하게끔 해고 사실을 갑작스럽게 알린 것이다. 그나마 출근을 저지당하고 사물을 택배로 전해 받는 '수모'를 당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이어지면서 외국계 증권사의 서울지점들도 감원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본사의 위기와 증시 악화에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은 지난 주말 10여명의 직원을 해고했다. 대부분 주식 매매를 담당하고 있는 주니어급 딜러로 지난주 중반 애널리스트 3명을 내보낸 데 이은 추가 감원이다. 이 회사의 애널리스트 숫자는 절반으로 줄었다. 골드만삭스 관계자는 "전 세계 지점의 직원 10%를 줄인다는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정확한 숫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직원 규모는 100여명이다.

메릴린치도 최근 10여명의 직원을 내보냈고 크레디스위스(CS)는 주니어급 애널리스트가 최근 회사를 나갔다. 네덜란드 라보뱅크는 서울지점의 파생사업 부문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국계 증권업계에선 이번 감원 조치를 본격적인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실제 골드만삭스는 시니어급 직원을 추가 해고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으며 메릴린치도 애널리스트 인원을 줄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도 10명 안팎의 감원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