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는 해산물을 좋아했다고 합니다.

'석쇠에서 불이 춤추듯 해변에서 춤추는 정어리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해산물,그 중에서도 대구요리를 가장 즐겼다는군요. 대구요리는 그의 고향인 스페인의 카탈루냐 사람들에게 '창의적인 활력을 한껏 돋우어주는 음식'으로 지금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는 먹을거리를 소재로 한 그림도 많이 남겼지요. 그의 작품 '마스 델 키케 농장'을 물들이는 노란색과 분홍색은 쌀 요리의 국물 맛을 내는 향기로운 사프란 줄기를 물감처럼 쓴 것 같다고 합니다. 그의 도자기 작품 속에는 생선뼈가 새겨져 있기도 하지요.

마지막 아내 자클린 로크가 즐겨 만들던 요리는 '뱀장어 마틀로트'라는 작품으로 승화됐습니다. 그는 이 그림을 완성하고 뒷면에 '자클린이 만든 마틀로트를 기념하며 이 작품을 그녀에게 바친다. 이 작품은 그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무한한 바람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헌사를 남겼습니다.

이번 주에 나온 <<피카소의 맛있는 식탁>>(에르민 에르셰 외 지음,이세진 옮김,예담)을 보면서 한 없이 부러운 마음을 가졌습니다. 우리에게는 왜 이런 책이 없을까요. 20세기 천재 화가 피카소가 음식에 탐닉한 미식가였다는 점도 재미있지만 그것이 온전하게 예술작품 속에 녹아 있다는 게 더 놀라웠습니다.

이 책은 피카소가 탐닉한 음식과 그의 그림의 원천을 보여주는 '푸드아트 에세이'입니다. 원색의 작품과 풍성한 요리 사진도 시각뿐만 아니라 미각을 즐겁게 합니다. 저널리스트인 저자들은 예술적 영감을 음식에서 찾을 만큼 먹거리를 즐긴 피카소의 화려한 식탁 속으로 우리를 안내합니다. 피카소만의 독특한 색과 선,조형이 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카탈루냐 산골 마을에서 보고 먹고 느꼈던 야생의 식재료들과 맞닿아 있었군요.

우리는 음식과 그림의 은밀한 관계를 음미해보고 당대 최고의 문화예술인들과 나눈 추억,많은 여인들과의 로맨스까지 잇대어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그의 식탁에는 축제와 예술,인생의 맛이 함께 배어 있지요.

말년에도 정력적이었던 그는 육류의 연골이나 내장 요리도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의 친구인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가 밀가루와 치즈를 많이 쓰는 이탈리아 요리를 좋아했다는 것을 겹쳐보면서 두 사람의 우정과 예술세계가 어떻게 어우려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문화부 차장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