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과학감정보고서 진상조사위 구성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작품인 고(故)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유화 '빨래터'의 진위를 둘러싼 논란의 불똥이 서울대로 옮아붙었다.

이에 따라 '빨래터'의 진위에 대한 판정이 현재 지지부진한 법정 공방을 통해 내려지기 전에 서울대에서 먼저 일단락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6일 미술계와 서울대에 따르면 서울대는 '빨래터'에 대한 과학 감정을 의뢰받아 분석해준 기초과학공동기기원 정전가속기연구센터 윤민영 교수의 분석 보고서에 대한 진상 조사에 나섰다.

이와 관련, 서울대는 지난달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며, 감정의뢰 접수 절차와 분석 내용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최종 조사 결과가 나올 것이며 그 때까지 외부에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며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내비쳤다.

실제로 윤 교수가 지난 7월 과학감정 결과를 발표한 형식과 분석 내용 모두에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다.

현재 진행 중인 민사소송 재판부에 원고 측 준비 서면 자료로 제출된 해당 과학감정 보고서가 내부 결재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형식적인 미비점을 안고 있을뿐더러 진위를 판정하기 위해 비교 대상으로 사용한 기준 작품의 임의적인 선정 등 분석 내용도 과학적으로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다.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해온 명지대 최명윤 교수는 아예 "해당 보고서는 조작됐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최 교수는 윤 교수가 빨래터의 캔버스와 액자를 1948-1952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연대측정하면서 적용한 모델값이 다른 심포지엄 때 발표한 내용과 다르고 기존에 제시해온 모델값을 적용하면 빨래터는 1990년이후에 그려진 그림이라고 주장해 왔다.

또 기준작 7점 중 '고목과 여인'은 1980년대 후반에 개발된 집섬보드(MDF)가 사용된 것을 비롯해 기준작들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에 대해 한국미술품감정연구소의 의뢰로 작품 연대측정 등 분석을 해준 윤 교수는 "일일이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빨래터'는 작년 5월 서울옥션을 통해 45억2천만원에 거래된 뒤 작년 12월 미술 전문 격주간지 '아트레이드'가 위작 의혹을 제기하면서 진위 논란에 휩싸여 왔다.

서울옥션은 올해 1월 아트레이드측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에 따른 30억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민사소송은 소장 접수 이후 무려 10개월 만인 지난달 21일에야 첫 공판을 열었을 정도로 원고인 서울옥션과 피고인 아트레이트 측의 신경전이 심해 진행 속도가 더딘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경수현 기자 ev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