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운동 함께 전개…3년간 1조2000억원 절감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 속에서 현대ㆍ기아자동차는 '줄이고 또 줄이는' 원가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수요 감소에 따른 매출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원가절감은 생존 조건

북미 자동차 '빅3'의 판매 실적은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GM은 지난달 미국시장 매출이 전년동월 대비 45%,포드는 30% 급감했다. 잘 나가던 도요타(―23%),혼다(―25%) 등 일본 브랜드도 미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국내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5만2735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4.5% 판매량이 줄었고,GM대우(―9.5%),르노삼성(―28.6%),쌍용자동차(―39.1%) 등도 판매량이 곤두박질쳤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급감한 데다 올초부터 철강,비철금속,고무 등 원자재가격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자동차 산업의 수익성엔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자동차는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압박이 다른 산업보다 크고 유가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ㆍ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도 큰 폭으로 줄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ㆍ기아차는 수익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원가절감을 선택하고 있다.

◆제품생산 전과정 낭비요소 제거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1월부터 'CI(cost innovationㆍ원가혁신)' 활동을 전개,지난해 총 3500억원의 원가를 절감한 데 이어 올해 8000억원의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CI는 원자재 등 조달 원가를 낮추는 초보적인 수준에서 한 발 나아가 설계,기술개발,구매,공정,부품사 협력 강화 등 전 단계에 걸친 낭비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활동이다. 현대ㆍ기아차 관계자는 "원가는 대부분 설계 단계에서 80% 이상이 결정되는 만큼 단순히 원재료를 싸게 구입하는 것 뿐만 아니라 공용화,모듈화,대체재 및 신공법 개발 등 전방위적인 원가혁신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아차는 지난해 1월 TCI(technical cost innovationㆍ기술적 원가 혁신)사무국을 설치하고 '기술혁신을 통해 양산차 재료비를 내년까지 20% 절감한다'는 TCI320 플랜을 추진 중이다. TCI 사무국은 생산,연구개발,구매 등 개별 사업부문과 협력업체 간 교류를 통해 비용절감 아이디어 공유,원가 합동 관리,대체재 개발 등을 실천하기 위한 조직이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현대차는 2006년 82%에 달했던 매출원가율(매출액에서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율)을 지난해 80.8%,올해 상반기 78.1%로 낮췄다. 기아차 역시 2006년 85.6%,2007년 85.2%,올 상반기 80%로 원가 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이 같은 원가혁신 활동을 통해 내년까지 1조2000억원의 절감 효과를 거둔다는 방침이다.

◆전 임직원ㆍ협력업체 아이디어 총동원

현대ㆍ기아차는 지난해 전 임직원들로부터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모아 각 사업장에 반영,총 1155억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봤다.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임직원들이 낭비요소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판단아래 시작한 개선제안활동이 적중한 셈이다. 현대ㆍ기아차는 각종 포상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원가절감에 활용하고 있다.

원가를 줄이기 위해 협력업체 직원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협력업체의 기술자를 현대ㆍ기아차에 파견,제품 설계 단계에서부터 원가절감을 위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개발기간을 줄이면서 개발비를 아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현재 월 평균 48개 협력사에서 242명의 엔지니어가 현대ㆍ기아차에 파견돼 일하고 있다. 부품 설계나 생산 공정 과정에서 발견된 문제점과 개선점은 함께 공유해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