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 등 美태도에 촉각"
유럽, 일방통행식 외교 막내리고 협력강화 기대

세계 각국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가 제44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8년 만의 정권교체가 가져올 미국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강력한 군사력을 배경으로 독주해온 부시 행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기조가 바뀔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경제회생을 위한 보호무역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도 동시에 나타냈다. 또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게 미국이 적극 나서달라는 주문도 나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5일 하루종일 개표 방송을 내보냈으며,오바마의 당선이 확정되자 "미국의 변혁이 이미 시작됐다"는 그의 발언을 신속하게 보도했다. 또 오바마 당선인은 보호무역주의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이로 인해 국제 무역마찰이 늘어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영자지인 차이나데일리는 "미 경제가 강해지는 것이 미국과 교역을 하는 중국은 물론 세계 모든 국가들에 이익이 된다"면서 "오바마 당선인이 미국을 하루빨리 금융위기에서 벗어나게 하고,새로운 비전으로 미국 경제를 다시 활기차게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오바마 당선인에게 보낸 축전에서 "양국 관계의 발전은 상호 이익에 부합하며 세계의 평화와 발전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일본은 오바마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축하하면서도 미·일 관계의 변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아소 다로 총리는 담화를 통해 "오바마 당선인이 뛰어난 리더십을 발휘해 난국을 돌파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오바마 차기 대통령과 힘을 합쳐 국제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통상관계와 대북 정책을 둘러싸고는 우려하는 분위기도 없지 않다. 전통적으로 보호무역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면 일본 수출기업들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미국 새 정부의 태도가 앞으로 미·일 관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미 민주당 정권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문제를 북·일 양자 문제로 국한해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설 경우 미·일 관계에 금이 갈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 각국은 미국의 일방통행식 외교가 막을 내리고 협력관계가 강화되길 기대했다. 영국 BBC는 "오바마 당선인은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다"며 "이번 선거 결과가 미국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변화 바람이 불어 미국이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바마 당선인에게 보낸 축하서한을 통해 "우리 모두가 거대한 도전에 맞서야 하는 시점에 당신의 승리는 전세계에 위대한 희망을 들어올렸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오바마 당선인의 승리를 축하하면서 조속히 독일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다. 러시아 언론들은 매케인 후보에 비해 온건한 오바마 후보가 당선된 것이 양국 관계 진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호주의 케빈 러드 총리는 "오늘은 미국이 꿈이 현실로 된다는 것을 보여준 날"이라며 선거 결과를 높이 평가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축하 전문을 통해 "오바마의 승리를 역사적인 일"이라고 환영했다고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가 전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새로운 미국 대통령에게는 미국뿐 아니라,전 세계를 위해서도 막대한 책임이 있다"면서 "하느님이 은총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도쿄=차병석 특파원/최인한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