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의 백인 외할머니인 매들린 던햄(86)이 손자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높은 대선일을 하루 앞두고 타계했다. 오바마는 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잭슨빌에서 유세 도중 외할머니의 타계 소식을 접한 뒤 "우리 할머니인 매들린 던햄이 암과 투병하다가 숨을 거뒀다는 것을 발표하게 돼 매우 슬프다"고 밝혔다. 그는 "할머니는 우리 집안의 주춧돌과 같은 분이었고 대단한 성취와 강인함 그리고 겸손함을 지닌 여성이었다"면서 끝내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던햄은 오바마의 성장 과정에서 정신적 지주였다. 남편과 함께 인도네시아에서 재혼해 살고 있던 딸을 대신해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오바마가 열 살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보살피며 어머니와 같은 역할을 했다. 오바마는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할머니는 내게 근면함을 일깨워줬고,내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하려고 자신의 새 차나 새 옷을 사는 것을 미뤘으며,내게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분"이라고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외할머니의 병세가 위중했던 지난달 23일과 24일에는 선거유세를 중단하고 하와이를 직접 찾아 병문안을 하기도 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