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리스크' 농촌ㆍ환경ㆍ인프라로 피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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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교역 상대국도 몸살을 앓을 기미다. 대만 한국 등 중국 수입시장 상위권을 차지하는 국가들의 대중 수출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경기부양 정책의 흐름을 타면 이 같은 '차이나 리스크'를 돌파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농촌,환경,인프라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기업들의 발빠른 행보는 효과적인 중국시장 공략 전략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농촌 시장이 승부처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월마트가 지난해 중국에서 새로 문을 연 30개 점포 중 3개만이 상하이 베이징 선전 등 대도시에 있을 뿐 나머지는 러우디 우후 등 여행 가이드들도 잘 모를 지방 도시에 있다. 월마트가 창립 당시 미국서 활용했던 지방 진출 전략을 중국에도 적용하고 있는 것은 농촌 시장의 잠재력을 겨냥한 것이다. 후난성에 있는 러우디의 경우 13억 인구의 중국에선 작은 도시지만 주민 수가 400만명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최근 농촌 소비시장 키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농민들의 1인당 소득을 2020년까지 올해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농산물 최저수매가격 인상 △농촌에서 판매되는 가전제품에 대해 판매가의 13%를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 확대 △농민들의 연금 의료 교육 등 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추진 중이다. 이는 "앞으로 중국의 내수 확대 여부는 농민들의 손에 달려 있다"(위융딩 중국 사회과학원 세계정치경제연구소장)는 판단에 근거한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2억~3억달러를 투자해 양돈 중심지인 후난ㆍ푸젠성에서 10여곳의 양돈 농장을 인수한 것도 농촌에서 기회를 찾는 대표적 사례다. 도이체방크도 상하이의 한 양돈업체와 투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상품투자의 귀재로 꼽히는 짐 로저스는 "중국에서 가장 투자가치가 높은 것은 바로 농산품"이라고 강조해왔다.
중국 정부가 최근 농민의 토지경작권 양도를 허용하는 등 기업형 농장 육성에 나서고 있는 흐름을 간파한 것이다. 중국 최대 사료업체 신시왕 그룹의 왕항 부회장은 "최근 2년간 중국의 양돈업은 일반 농가의 돼지 사육에서 양돈업체들의 전문적인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 같은 추세가 외국 자본의 시장 진입에 좋은 기회를 제공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신시왕 그룹은 중국 정부가 최근 육성키로 한 농촌 금융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HSBC와 씨티그룹이 신시왕과 협력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 HSBC와 씨티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 대도시에 집중된 지점을 지방 도시로 확대하기 시작했다. 씨티그룹은 최소 10개 이상의 지방 은행을 설립할 방침이며,HSBC는 지난해 8월 이미 허베이성과 쑤저우 등지에서 지방 은행 설립을 인가받은 바 있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중국담당 연구위원은 "중국 전체 경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40% 안팎으로 85% 내외인 미국에 비해서 매우 낮다"고 전했다. 그만큼 내수시장을 키울 여력이 크다는 얘기다.
◆환경ㆍ철도 등 인프라도 주목
모건스탠리는 최근 "대지진 피해를 입은 쓰촨성 복구작업에다 각종 대규모 토목공사에 들어가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내년 중국의 국채 발행 규모는 6000억위안(12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올해 발행된 국채의 10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서부 대개발을 비롯해 양쯔 강의 물을 황허로 끌어들이는 '남수북조(南水北調)' 등 국책사업을 앞당겨 진행키로 해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앞서 중국 국무원(중앙정부)은 2조위안(400조원) 규모의 대규모 철도 건설 계획안을 승인했다. 당초 2006~2010년 11차 5개년계획 기간에 1조2500억위안(250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던 것을 대폭 늘린 것이다. 철도 건설은 철강 시멘트 금속 등 연관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커 최소 150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환경시장도 제너럴일렉트릭(GE) 등 외국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상하이시는 앞으로 3년간 680억위안(약 100억달러)을 환경보호 부문에 투자할 계획이다. 또 중국 최대 공장지대인 주장삼각주를 녹색생활권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이 내년 초까지 마련될 예정이다. 중국 정부는 원자력발전과 수력발전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텔 산하 벤처캐피털인 인텔캐피털이 최근 투자를 결정한 중국 기업인 트로니솔라 NP지주회사 뷰하이 등은 각각 청정 에너지와 헬스케어 소프트웨어업체로 중국 정부가 육성하고 있는 시장에서 유망한 기업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