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순정만화' 극장개봉

'아파트', '바보'에 이어 '순정만화'가 영화로 옮겨져 이달 말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26년'은 제작이 연기되기는 했지만 영화화 기획은 진작에 시작됐다.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드라마 제작 소식을 알렸고 '순정만화', '바보',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연극 무대에 올랐다.

만화가 강풀(34)의 작품들은 인터넷 연재를 통해 세상에 공개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충무로와 대학로에서 러브콜을 받아왔다.

영화 '순정만화' 제작보고회가 끝난 뒤 만난 강풀 작가에게 비결을 묻자 그는 단연 '이야기'를 꼽았다.

"이야기 때문이겠죠. 매체를 옮겨 이야기를 해도 괜찮겠구나, 생각하기 때문일 거예요.

또 인터넷에서 검증을 받은 덕도 있겠죠."
그러나 많은 사람이 원작을 읽었다는 사실이 영화의 흥행에 꼭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2006년 개봉한 '아파트'는 흥행에 참패했고 '바보'는 제작 이후 개봉이 연기되는 아픔을 겪었고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강풀 작가 역시 "원작을 잊어버리고 영화를 봐달라"고 당부했다.

"원작이 많이 읽힐수록 영화에 독이 될 수도 있죠. 자꾸 비교하면서 보게 되니까요.

전혀 다른 매체로 봐 주셨으면 해요.

'순정만화' 영화판에는 영상매체의 장점이 잘 살아 있습니다.

장면 하나하나가 CF처럼 예뻐요.

캐릭터도 아주 잘 살아났고요.

"
그는 '순정만화'가 자신의 첫 작품인 만큼 영화에도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서 유지태, 이연희, 채정안, 강인 등 네 배우의 캐스팅에 큰 만족감을 표시했다.

"마냥 로맨틱하고 가벼운 멜로영화는 아니었으면 했어요.

그래서 유지태씨 캐스팅 소식에 기뻤죠. 가볍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겠구나 싶었거든요.

예쁜 여고생 수영에게 어울리는 배우가 있을까 싶었는데 이연희씨가 딱 있더라고요.

채정안씨와 강인 씨는 일단 외모와 분위기가 하경-숙 커플에 딱 맞아떨어져 만족해요.

"
'순정만화'는 평범한 회사원과 학생의 따뜻한 사랑을 그린다.

그밖에도 강풀의 만화들은 어디에서나 만날 법한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직업이나 환경에서 특수성있는 인물들은 제게 매력이 없어요.

재벌이 나오고 여주인공은 너무 예뻐서 남자가 어쩔 줄 모르고… 그런 사람들이 주변에 있겠어요?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칠 수 있는 캐릭터가 좋아요.

자세히 보면 다 괜찮은 사람들일 거라고 생각하죠."
그는 지난달 이웃에서 일어나는 연쇄살인사건에 관한 만화 '이웃사람' 인터넷 연재를 끝냈다.

이 소재를 택한 이유를 묻자 그는 그동안 착한 사람들만 그렸다는 강박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착하지 않은 인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한 '26년'의 '그 사람'밖에 없었어요.

그래서 살인범 이야기, 살벌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죠. 그런데 결국에는 살인범 한 명만 나쁜 놈이고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끝나더군요.

내가 착해서 그런가? (웃음)"
그는 만화를 그릴 때 원칙으로 두 가지를 꼽았다.

첫째는 스스로 재미있는 이야기를 쓸 것, 둘째는 결말을 정해두고 그릴 것이다.

"자기가 재미없으면서 다른 사람한테 내미는 건 사기 같은 일이죠. 실제로 '재미없다'고 그만둔 작품도 몇 편 있어요.

또 전체 이야기와 결말은 꼭 정해두고 작업을 시작해요.

전개 과정에 변화하는 부분은 있지만 결말은 바뀐 적이 없어요.

"
강풀 작가는 '26년'를 연재할 당시 언론과 인터뷰에서 5.18 이야기는 꼭 해야겠다고 다짐해왔던 일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에게 또 다른 숙제 같은 작품이 남아있는지 물었다.

"있어요.

어린 예수에 관한 작품입니다.

성경에도 없는 예수의 어린 시절을 그려보고 싶어요.

제가 크리스천인데, 꼭 크리스천만 보라고 그리는 작품은 아니에요.

5.18에 대해 잘 아는 사람만 보라고 '26년'을 한 건 아니었던 것처럼요.

"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