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환율이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이 뛰면서 일본 제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본에서 도입한 의약품 및 의약외품의 비중이 높은 국내 주요 제약기업들이 지난해 대비 급상승한 엔화환율로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매출 100억원대 이상의 일본 의약품의 비중이 높은 주요 제약기업으로는 대웅제약[069620], 제일약품[002620], 보령제약[003850], 중외제약[001060] 등이 꼽힌다.

대웅제약과 제일약품 등은 원화 강세를 보이던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환율 급락 수혜주'로 꼽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대웅제약이 일본에서 도입한 '블록버스터' 고혈압치료제 '올메텍'과 소화기 약물 '가스모틴'의 경우 지난해 매출이 1천156억원에 달했지만 업계에서는 올해 엔화 상승의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2분기 실적공시를 보면 대웅제약(3월결산)은 영업이익이 28.4% 감소했는데, 회사측은 "환율상승에 의한 원가부담으로 이익률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총매출액의 17~18% 정도가 외화를 매입하는 데 사용됐다"며 "2분기 원가 부담이 작년에 비해 4% 정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제일약품도 '란스톤 캡슐'(지난해 매출 163억원), '옴니세프 캡슐/과립'(134억원), '가스트렉스'(101억원) 등의 '대형 제품'을 일본에서 도입해 엔고의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보령제약의 경우 매출 170억원대 '시나롱'을 일본에서 도입됐으며, 인기 일반의약품인 '용각산'과 '정로환'도 일본 제품들이다.

중외제약이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하는 '가나톤'과 '리바로'의 지난해 매출액도 500억원에 이르러 일부 원가부담 증가가 예상된다.

업계 1위 동아제약도 오팔몬(235억원), '비겐 크림톤'(190억원), '가스터'(143억원)를 일본에서 들여오고 있으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처럼 외산 의약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외국계 제약사의 높은 신뢰도를 등에 업고 쉽게 시장을 차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반면 환율이나 본사 정책변화 등 외부 악재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엔고가 심화된 4분기에는 원가부담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환율의 영향은 미미하지만 급격하게 엔화 가치가 상승한 올해는 일본산 의약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