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파산 올 14만명 넘을듯

가계의 이자상환 부담 증가로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소비침체다.

가계가 이자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갑을 닫을 경우 가뜩이나 부진한 소비가 더욱 침체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경기 하강을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리금 상환부담은 더 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가계가 연간 갚아야 할 대출이자는 약 50조원으로 전체 가처분소득의 10%에 육박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자상환 부담만 따진 것이다. 원금 상환부담까지 합치면 가계의 부담은 훨씬 커진다.

실제로 국민 우리 신한 하나 SC제일 농협 등 6개 은행이 한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소득 2000만~1억원인 주택담보대출자들의 경우 연간소득의 20.7%를 원리금 상환에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연소득 5000만원의 월급쟁이라면 1035만원을 원리금을 갚는 데 사용한다는 의미다. 2005년에는 15.3%에 불과했다. 물론 이는 6개 은행의 집계일 뿐 다른 금융권까지 포함하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난 9월 중순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이후 국내 금융시장에서 원화 유동성 악화로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가계의 이자부담은 지난 6월 말에 비해 더 늘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의 비율이 1.53배로 미국(1.32배)보다 높은 점도 부담요인이다.

미국의 경우 소득에 비해 과도한 빚을 낸 것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최근 경기침체를 부른 중요한 요인이란 점에서 한국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물론 당장 국내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에 이상이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국내 가계의 경우 유동화가 쉬운 예금의 비중이 44%가량으로 미국(16.8%),영국(26.3%) 등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다. 또 지난 6월 말 현재 가계여신 중 고정이자여신비율(부실채권비율)은 0.5%로 사상 최저 수준이다.

하지만 취약계층의 신용상태가 악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개인 파산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7만1000명,연간 기준으로 14만2000명(추정)에 달하면서 작년보다 급증한 게 단적인 예다.

◆소비악화 부채질할 수도

가계의 이자부담 증가가 소비침체로 이어질 경우 국내 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질 수 있다. 민간소비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기준으로 지난 2분기 2.3%에서 3분기 1.1%로 악화됐다. 국내 경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침체되면서 3분기 경제성장률은 약 3년 만에 처음으로 3%대로 추락했다. 내년 경제성장률은 2%대로 추락할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한은 관계자도 "가계부채 증가로 원리금 상환부담이 증가하면 장기적으로 가처분소득이 줄고 이것이 다시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한은이 최근 긴급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환매조건부(RP) 방식으로 5조~10조원 규모의 은행채 매입을 결정함으로써 최근 시장금리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침체로 가계대출이 부실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