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페이스닷컴ㆍ페이스북 등 텃세 못깨고 2년만에 백기

인맥관리사이트(SNS) 싸이월드를 내세워 미국 시장에 진출했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2년여 만에 미국 사업을 접는다. '도토리'라는 디지털 아이템의 유료화 성공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싸이월드가 인터넷 본고장인 미국에선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한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2일 "싸이월드가 마이스페이스닷컴,페이스북 등 미국 현지 인맥관리사이트들의 벽을 끝내 넘지 못한 것으로 판명됐다"며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해 오는 12월께 싸이월드USA를 정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싸이월드는 2006년 8월 미국에 진출했을 당시 세계 1위 인맥관리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닷컴의 대항마로 거론될 정도로 각광받았으나 영어권의 문화 차이 등을 극복하지 못해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그동안 싸이월드USA가 운영해오던 싸이월드 미국 사이트(us.cyworld.com)는 그대로 유지하고 국내에서 운영 및 관리를 맡기로 했다. 싸이월드 영어판을 운영하는 수준에 머물겠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 철수를 계기로 SK커뮤니케이션즈의 해외 사업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구권 비즈니스를 완전히 접고 아시아권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지난 3월에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독일 도이치텔레콤과 합작으로 유럽 법인을 세웠다가 정식 서비스도 못하고 사업을 접었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나머지 4개 현지 법인인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해외 사업을 유지할 방침이다. 그러나 지난해 6개 해외법인(미국 독일법인 포함) 모두 적자를 냈고 이로 인한 해외 지분법 손실액이 189억원에 달하는 등 해외 사업 전반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005년 6월 진출한 중국 싸이월드는 현재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어섰지만 중국판 페이스북으로 불리며 2200만명의 회원을 확보한 교내망(校內網) 등 중국 현지업체들에 크게 밀리고 있는 형편이다. SK커뮤니케이션즈가 공을 들여온 일본에서도 3년이 넘도록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아메리칸 드림'이 좌절됨에 따라 모기업인 SK텔레콤의 글로벌 인터넷사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SK텔레콤의 인터넷사업 총괄 책임자로 임명돼 작년 8월 미국으로 떠났던 유현오 전 SK커뮤니케이션즈 사장(SK텔레콤 전무)은 지난 7월 싸이월드USA 대표직을 내놓고 현재 스탠퍼드 대학에서 연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인터넷 사업을 포기했다고 단정하지는 말아 달라"며 "현지 상황에 맞게 인터넷 사이트를 직접 운영하거나 투자·제휴 등의 형태로 사업을 벌이는 전략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