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절주·적정체중 유지로 예방 가능

한국의 인구고령화가 선진국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이자 요즘 같은 환절기에 가장 위협적인 뇌졸중이 급증하는 추세다. 대한뇌졸중학회는 지난달 29일 '세계 뇌졸중의 날'을 맞아 2000년 8만9526명에 그치던 뇌졸중 환자는 올해 12만7424명으로 늘어나고 2030년에는 35만1226명으로 4배 가까이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만명당 뇌졸중 사망률이 95.8명으로 헝가리(129.5명),포르투갈(111.2명),체코(106.5명),그리스(98.5명)에 이어 세계 5위다. 국내 질환별 사망원인 통계치만 봐도 뇌졸중(뇌혈관질환)은 1위인 암(27%)에 이어 사망원인 중 2위(12%)를 차지하고 있다. 암이 인체 각 부위에 생기는 점을 감안하면 단일 질환으로는 사실상 뇌졸중에 의한 사망률이 최고인 셈이다.

또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돌연사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남과 언쟁을 하다가,상가에서 통곡하다가,피곤한 상태에서 담배를 피우다가,파트너와 성교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위중한 상태에 빠지거나 사망하는 것도 알고 보면 뇌졸중으로 의심되는 질환이어서 의외로 뇌졸중에 의한 돌연사가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증상 나타나면 3시간 내에 병원으로 옮겨야=뇌졸중은 뇌 조직에 피를 공급하는 혈관이 갑자기 터지거나 막혀 뇌기능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뇌졸중이 발생하면 주로 한쪽 얼굴과 팔다리가 마비되거나,감각이 떨어져 내 살이 남의 살처럼 느껴진다. 말이 제대로 안 되거나,시야 한 쪽이 보이지 않고,중심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우며 심한 경우 의식장애로 쓰러지기도 한다.

이럴 경우 증상 발생 3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혈전용해제를 투여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3시간 이내에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가 20% 선에 불과하며 혈전용해제 투여율도 발생 2시간 내 입원 치료한 환자의 22.6%에 그치는 등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혈전용해제는 늦어도 4시간30분 이내에 투여해야 효과적이나 최근에는 막힌 뇌동맥의 위치나 뇌손상 정도에 따라 6∼24시간 후에도 시도해볼 수 있는 것으로 치료기술과 인식이 발전해가고 있다.

응급 증상 발생 시 특히 주의할 점은 뇌졸중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를 마사지하거나 우황청심원과 같은 비상 구급약을 먹이면서 우물쭈물 시간을 흘러보내는 일을 피하는 것이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삼키는 기능이 떨어지게 되므로 구급약이 기도로 잘못 넘어가 흡인성 폐렴이나 질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위험 징후 미리 대비하려면=뇌졸중의 근본 원인은 뇌혈관의 동맥경화다. 동맥경화는 13세부터 서서히 시작되나 고혈압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비만 등의 질병과 음주 흡연 가족력에 의해 진전 속도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55세 이후에는 10년마다 뇌졸중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고 대부분의 뇌졸중은 65세 이상의 노령인구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직계 가족 중 뇌졸중 환자가 있을 경우 뇌졸중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남자가 여자보다 뇌졸중의 위험이 30%가량 높다.

뇌졸중은 심장병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심장병이 있으면 혈전이 쉽게 형성되고 혈액을 타고 떠돌아다디던 혈전이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이 되는 것이다. 흡연자는 평균적으로 비흡연자에 비해 뇌졸중의 위험이 2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연 후 5년 이상 경과하면 흡연에 의한 뇌졸중의 위험이 사라진다는 보고도 있는 만큼 당장 담배를 끊는 게 좋다.

음주는 많은 양의 술을 계속 마시거나,한꺼번에 폭음하는 경우 뇌졸중 위험이 2∼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폭탄주를 즐기는 애주가들은 소량을 천천히 마시는 건전음주로 전환해야 한다. 심장병 당뇨병 등에 걸린 환자는 뇌동맥이 꽈리처럼 부풀어오른 뇌동맥류가 터져 심각한 사태에 직면할 위험을 안고 있다. 이들은 가급적 매년 뇌혈관 검사를 받아 뇌동맥류가 파열되지 않도록 미리 클립으로 묶어놓는 수술을 받을 필요가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도움말=오경미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