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실베이니아주 서북부 이리(Erie)시 컨벤션센터.북아메리카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변에 대형 보트 모양으로 지어진 이곳에는 30일 새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모여든 공화당 지지자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를 지낸 톰 리지 전 국토안보부 장관,남편 토드,셋째딸 파이퍼와 함께 연단에 오른 페일린 후보는 '국가우선(country first)'이라는 슬로건이 붙어 있는 단상 앞에 서서 유권자들의 애국심을 자극하며 존 매케인 공화당 대선후보와 자신에게 투표해줄 것을 호소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선후보가 선거 막바지에 경제이슈를 강조하며 승세를 몰아가자 안보 문제를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페일린은 전날 3300여만명의 시청자를 끌어들이며 화제가 되고 있는 오바마 후보의 30분짜리 유세광고를 언급하며 "오바마는 국가안보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오바마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약점인 국가안보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길 바라지만 선거 땐 오사마 빈 라덴과 알 카에다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다고 증명된 매케인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선 "오바마는 세금을 올려 큰 정부를 만들려 한다"며 "여러분이 정부를 위해서 일해선 안 되며 정부가 여러분들을 위해 일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세장에 모인 6000여명의 지지자들은 페일린의 연설 중간중간 '새라'와 '유에스에이(USA)'를 연호하며 지지를 표시했다. 그러나 유세 도중 한 차례 야유도 나왔다. 페일린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그라운드 주에 오게 돼 기쁘다"고 말했을 때였다. 이리를 비롯한 펜실베이니아 서북부 지역의 야구팬들은 펜실베이니아 동부의 필라델피아보다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 위치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나 피츠버그 파이레이츠를 응원하기 때문이다.

21명의 선거인단을 갖고 있는 펜실베이니아는 1992년 이후 네 번의 대선에서 민주당 지지로 돌아서긴 했지만 전통적으로 공화당의 텃밭이었다. 한때 철강산업을 비롯해 미국 제조업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여전히 보수적인 성향의 백인 노동자들이 많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서도 힐러리 클린턴이 오바마를 꺾고 승리를 거뒀다. 현재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의 승리가 예상되는 주)'로 분류되고 있지만 공화당이 막판까지 펜실베이니아에 공을 들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페일린은 이날 유세에서 "'연설 잘하는 정치인'(오바마)에게 투표하지 말고 '일하는 리더'(매케인)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했다. 그리고 오바마는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를 다루기에는 경험이 부족하고 준비되지 않은 후보"라고 주장했다. 현장에서 지켜본 페일린 역시 오바마 못지않게 뛰어난 '연설가'였다.

그러나 미국의 유권자들은 페일린이 부통령으로서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날 뉴욕타임스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10명 중 6명이,민주당 지지자들 중에선 10명 중 8명이 페일린이 부통령이 되기에 역량이 부족하다고 응답했다.

이리(미 펜실베이니아)=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