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출신 차별 없는 승진 … 파트타이머도 CEO로 키워
1인당 年2500弗교육비 지원… 고객보다 직원만족 우선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게 곧 회사 수익을 늘리는 길이죠."

세계적 물류회사인 페덱스의 창업주 프레드릭 스미스 회장(사진)은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08'과 관련해 한국경제신문사와 가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창조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 다음에 서비스를,그 다음에 수익을 추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같은 철학을 'PSP'라고 표현했다. "내부 고객인 직원들(people)이 근무에 만족하면 이들의 고객 서비스(service) 질이 향상되고,소비자가 만족하면 회사의 수익(profit)이 늘어난다"는 것.그는 "직원들에게 당신은 우리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직원들이 긍정적으로 일하는 계기가 됐으며,페덱스가 최초의 인터넷 화물추적 서비스 등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한 원동력이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스미스 회장은 1973년 미국 멤피스에서 물류업체인 페덱스를 설립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예일대 시절 생겼다. 경제학 수업 때 인구가 많은 곳에 물류허브를 만들어 화물을 모은 뒤 미국 전역으로 배송하는 아이디어를 담은 보고서를 냈다. 그러나 결과는 'C학점'.당시만 해도 다소 허무맹랑한 아이디어로 취급된 때문이었다. 스미스 회장은 굴하지 않았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4만달러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그 결과가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특송업체인 페덱스다. 페덱스는 2008회계연도(5월 결산) 중 380억달러의 매출액과 20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 세계 직원만도 29만명.671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하루 운송 물량은 320만개에 달한다.

스미스 회장은 직원들을 만족시키고 창조성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무엇보다도 "칭찬과 격려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들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높은 성과를 거뒀을 때는 화물 수송기에 본인이나 자녀의 이름을 새기도록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페덱스 본사에는 채은미 페덱스코리아 지사장의 아들 '양재'군의 이름을 비행기 머리 부분에 적어넣은 수송기가 오간다"고 그는 소개했다.

직원들을 가장 우선시하는 기업 문화는 말단 직원을 최고경영자(CEO)로 키워내는 페덱스 특유의 철저한 내부승진 시스템과도 맞닿아 있다. 스미스 회장은 "페덱스는 사람 중심 기업"이라며 "임원의 절반 이상이 내부에서 차근차근 승진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페덱스의 육송부문을 담당하는 페덱스그라운드의 CEO로 기용된 데이빗 브론작은 1976년 페덱스 밀워키지점에서 차를 닦고 물건을 나르던 직원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마이클 더커 페덱스 인터내셔널 대표도 시간당 2달러81센트를 받는 화물처리요원으로 시작해 최고경영자의 지위에 올랐다.

이처럼 내부 직원들을 CEO까지 키워내려면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스미스 회장은 "우리 직원들은 모두 1년에 2500달러까지 교육비를 지원받는다"며 "올 회계연도 기준으로 페덱스가 전 세계 임직원에게 투입한 교육비는 모두 1900만달러"라고 했다. 이외에도 대학이나 대학원 등에 직원들이 진학할 때는 추가로 학비를 지원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페덱스 본사의 주디 에지 인사담당 이사는 "나 역시 고교를 졸업하고 26년 전부터 페덱스의 고객서비스 부서에서 콜센터 직원으로 일하다가 교육비를 지원받아 대학과 대학원을 마쳤다"고 회상했다. 장래 임원이 될 이들을 위한 리더십 개발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이다. 스미스 회장은 "내부에서 성장할 기회가 많다면 직원들은 회사를 떠나지 않는다"며 "페덱스의 이직률은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전했다.

내부 직원을 키워내는 데 집중하면 아무래도 외부 인적 자원을 활용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스미스 회장은 "내부 직원의 역량을 성장시키는 것과 외부의 우수한 인재를 데려오는 것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정보기술(IT) 등 최신 기술이 필요한 분야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지속적으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양성도 페덱스 인재관리의 주요 화두다. 페덱스 미국 본사의 경우 전 직원의 40% 이상,임직원의 27% 이상이 흑인.히스패닉.아시안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스미스 회장은 "내부 승진에서 인종에 대한 편견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문서에 아예 기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글로벌 고객을 우리 구성원에 반영하는 것은 페덱스의 큰 자산이자 앞으로 기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페덱스가 지금의 위치에 이르게 된 것은 직원들을 누구보다도 우선적이고 인간적으로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스미스 회장은 단언했다. 그는 "직원들의 창조성,혁신적인 발상을 끌어내려면 이들에게 다양한 업무 기회와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해야 하며,잘하는 직원들에 대해 보다 많이 칭찬하고 격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인적자원이 페덱스의 최대 자산이라는 말로 들렸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