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회사 크라운제과 전환사채 내달 대규모 인수 … 주식전환땐 지분 21.29% 확보, 2대 주주 부상

빙그레가 크라운제과의 전환사채(CB)를 대거 인수키로 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빙그레는 3년 전 크라운제과의 계열사인 해태제과 인수를 시도한 바 있어 이번 CB 매입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빙그레는 크라운제과가 2004년 12월 발행한 만기 5년짜리 210억원 규모의 CB를 흥국투자신탁운용을 통해 전량 매입키로 지난 29일 계약을 체결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이 계약에 따라 빙그레는 다음 달 26일 크라운제과의 CB를 인수할 예정이다.

빙그레가 인수하게 될 크라운제과 CB의 전환시기는 내년 12월까지이며,전환가격은 이날 종가(3만5850원)보다 2만원가량 높은 5만5537원이다. 이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크라운제과 지분 21.29%(37만8126주)에 해당하는 큰 물량이다. 현재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는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23.81%)으로,두라푸드(13.10%)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해 40.47%를 보유하고 있다. 2대 주주인 라자드에셋매니지먼트의 지분율이 15.62%여서 빙그레가 CB를 전량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윤 회장 측에 이어 크라운제과의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빙그레는 CB 인수 이유를 '단순 투자 목적'이라고 밝혔다. 김기현 빙그레 홍보실장은 "재무적 투자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식품업계에서는 인수·합병(M&A)을 겨냥한 사전포석이라고 보는 분위기다. 빙그레가 같은 제과업체인 크라운제과 측과 사전 협의 없이 CB를 전격 인수한 것으로 확인돼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이 경우 빙그레의 속내는 크라운제과 계열사인 해태제과 빙과부문에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빙그레는 2005년 해태제과의 당시 대주주인 UBS 컨소시엄으로부터 해태제과 빙과부문 인수를 시도한 바 있다. 그러나 UBS 컨소시엄이 제과를 제외한 빙과부문만을 분리 매각하는 것을 거부해 무산됐다.

빙그레는 해태제과 빙과부문 인수 실패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M&A 대상을 찾아왔다. 빙그레는 당장 동원할 수 있는 600억원 규모의 내부 유보금과 함께 금융 차입금이 전혀 없어 'M&A 실탄' 마련에 강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해태제과가 멜라민 파동에 연루돼 휘청거리자 빙그레가 해태제과 빙과부문 인수를 재추진할 수 있는 호기로 판단한 듯하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가 CB를 주식으로 전환해 확보하게 될 20%대의 지분율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며 "이를 통해 어떤 형태로든 윤 회장 측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크라운제과가 해태제과 지분 54%를 갖고 있어 해태제과 경영에도 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크라운제과 관계자는 "(빙그레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겠다"며 경계심을 내비쳤다.

빙그레는 '바나나맛우유''더위사냥''메타콘' 등 주력제품을 바탕으로 지난해 5395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이 중 빙과부문은 2300억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 빙과시장은 롯데제과가 37%의 점유율로 1위이고 빙그레(27%)와 해태제과(20%)가 그 뒤를 쫓고 있다.

따라서 빙그레가 해태제과 빙과부문을 인수할 경우 단순히 점유율로 보면 빙그레가 국내 빙과시장의 정상에 오를 수 있게 된다. 특히 영업이익률이 8% 수준인 빙과사업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게 빙그레 측의 계산으로 보인다.

윤성민/김진수 기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