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장(감독회장) 선거 결과 두 명의 후보가 각기 당선을 주장하고 있는 124년 전통의 기독교대한감리회(감리교)가 교단 분열의 중대 위기를 맞고 있다.

30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안산1대학에서 감독회장 취임식을 겸해 열 예정이던 제28회 교단총회가 파행되면서 '한 교단 두 감독회장' 체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날 총회는 오전 11시 개회예배와 함께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감독회장 선거 최다 득표자인 김국도 목사(임마누엘교회) 측이 이날 총회 사회자인 신경하 현 감독회장을 학장실에 억류한 채 총회 장소인 강석봉기념관 출입을 원천봉쇄했다.

이어 낮 12시쯤 김 목사 측의 김승현 감독이 사회를 위임받았다며 총회장 단상에 올라 개회를 선포하자 교단선거관리위원장 장동주 목사가 김 목사의 감독회장 당선을 선언했고,김 목사는 사회권을 넘겨받아 "점심시간이 되었으므로 정회를 선포한다"고 발표한 뒤 서둘러 단상을 내려갔다.

억류상태에서 풀려난 신경하 감독회장은 총회장 진입을 다시 시도했으나 김 목사 측 지자자들의 강력한 저지에 막히자 교내 도서관 앞 계단에서 "일부 총회 대표와 다수 비회원들의 위력에 의한 무질서와 방해로 인해 총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며 총회 무기 연기를 선언했다. 신 감독회장은 또 "자격 없는 감독회장을 세우려 허위문서 작성ㆍ배포,불법적 회의 소집 등 온갖 비상식적이고 비신앙적 행위를 계속해온 이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며 법적 대응을 천명했다.

감리교의 이 같은 갈등은 지난달 25일 치러진 감독회장 선거 때문이다. 4명이 출마한 이 선거에서 김국도 후보의 피선거권 자격이 문제가 된 것.2001년 김 후보가 명예훼손으로 벌금형을 받은 것을 들어 나머지 세 후보가 서울중앙지법에 '김국도 목사 후보 등록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이 선거 직전인 지난달 23일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신 감독회장은 김 후보의 후보자격 정지를 공고했으나 장동주 선관위원장은 그대로 선거를 진행해 2554표를 얻은 김 후보를 당선자로 발표했다. 그러나 신 감독회장은 선관위원장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1244표로 2위를 차지한 고수철 후보(흑석동제일교회)를 당선자로 선포해 두 명의 후보가 감독회장 당선을 주장하게 된 것이다.

이날 총회가 파행됨에 따라 양측의 법적 다툼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교단을 대표하며 교단 재산을 관리하는 유지재단,교역자들의 연금을 관리하는 은급재단,장학재단 등의 대표를 겸하는 직위인 감독회장의 행정권한 행사를 둘러싼 갈등과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감리교는 전국에 6000개 교회,156만명의 신자를 거느린 개신교 4대 교단의 하나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