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7일 국제금융위기와 관련, "정부는 시장이 불안에서 벗어날 때까지 선제적이고 충분하며 확실하게 유동성을 공급할 것"이라며 "문제는 오히려 심리적인 것으로 실제 이상으로 상황에 과잉반응하고 공포심에 휩싸이는 것이야말로 경계해야 할 가장 무서운 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가진 `2009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에서 "단언컨대 지금 한국에 외환위기는 없다"면서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가 더 걱정하는 것은 세계금융 위기가 실물경제의 침체로 파급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몸 부풀리기에 급급한 일부 금융권의 행태도 문제지만 그렇다고 위험 회피만을 위한 전당포식 금융관행에 안주해서도 안된다"면서 "경제규모에 비해 경쟁력이 뒤떨어진 금융산업을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진입장벽 낮추기와 금융기관간 경계 허물기, 신용평가기능 및 자산 건전성에 대한 감독 강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예산 지출을 과감하게 확대하고 수출증가 둔화에 대응해 내수를 활성화하는 선제적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고용효과가 큰 중소기업과 서비스산업 지원도 늘릴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외환보유고는 2천600억 달러에서 2천400억 달러로 약 8% 감소하는데 그쳤으며, 4분기부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서면 외환상황은 훨씬 호전될 것이고 원화 유동성도 금융통화당국이 얼마든지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금융회사든, 일반 기업이든 흑자 도산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또 "내년에 13조원 수준의 감세를 통해 가처분 소득을 늘리고 투자를 촉진할 것"이라며 "국회도 내수 활성화를 위한 적극적 재정정책 기조에 따라 예산심의 과정에서 세출을 늘려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공조와 한중일을 비롯한 동북아의 공조체제 구축 필요성을 강조한 뒤 "적극적인 경제 외교를 통해 새롭게 형성될 국제금융질서에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국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통령은 행정구역 개편과 관련, "이번만큼은 국민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마무리 되길 기대한다"면서 "백년 이익을 초월해 백년대계를 내다보는 밑그림을 조속히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규제개혁에 대해선 "경쟁 촉진과 민간 창의를 북돋우는 규제개혁은 흔들림없이 추진할 것이나 국민의 안전과 건강, 금융위험관리와 사후감독에 관한 규제는 보강해 나가겠다"면서 "국민정서를 빌미로 아직도 성역으로 남아 있는 덩어리 규제를 과감하게 풀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뒤 규제개혁과 저탄소 녹색성장, 지방행정체제 개편, 공기업 선진화의 흔들림없는 추진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고통은 저에게도 뼈저린 아픔"이라며 "이 어려움을 반드시 극복해야 한다는 소명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고, 신념을 갖고 냉철하고 단호하게 상황에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엄중한 상황을 헤쳐나가기 위해 정파의 차이를 넘어 국익을 중심으로 힘을 모아줘야 국민들도 기꺼이 동참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의 남은 회기를 비상국회의 자세로 임해 주길 간곡히 호소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욱 기자 hj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