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최근 서울 여의도 당사 건물에 설치했던 대형 현수막(사진)을 교체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사진을 빼고 '경제를 살리겠다는 약속! 반드시 지키겠습니다'라는 구호만 내걸었다. 추석 직전 서둘러 이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경제 반드시 살리겠습니다'라는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설치했던 사례에 비춰볼 때 이례적으로 발빠른 조치였다.

한나라당은 당초 이 대통령의 사진이 실렸던 현수막을 올 연말까지 내걸 예정이었다. 사무처 관계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MB와 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MB 사진과 '경제 살리겠다'는 구호를 함께 실어봤자 뭐가 도움이 되겠느냐"며 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금융위기와 쌀 직불금 파문 등의 악재로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진 한나라당이 이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당내 기류는 싸늘하다. 며칠 전 당 핵심 당직자가 지지율이 29.2%(10월20일,CBS-리얼미터)라는 보고에 "MB 지지율 말고 당 지지율을 보고해야지?"라고 되물었다고 한다. 담당자가 "MB 지지율은 20.9%이고 29%는 당 지지율"이라고 재차 답하자 당직자는 "허~ 그것 참"이라며 한동안 말을 잃었다는 것이다.

일부 소장파 의원은 '청와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노골적으로 목소리를 높인다. "당이 이렇게까지 청와대 뒤치다꺼리를 할 줄은 몰랐다" "쌀 직불금 문제만 하더라도 애초에 당의 요구대로 이봉화 차관을 조기에 경질했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다""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은 꼴"이라는 불만을 쏟아냈다.

각종 정책사안을 두고 홍준표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도 '청와대와 의견 조율이 된 것이냐'고 물으면 "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이 아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는다.

이준혁/사진=허문찬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