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의 행태가 물질에서 비물질,구매에서 체험으로 바뀌고 있다. 미니 홈피와 블로그에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와 동영상이 넘쳐나고 연예인들의 가십은 주요 포털의 검색 1위 뉴스로 떠오른다. 방송사들은 리얼리티 쇼를 보여 주며 골수 고객을 늘려 가고 있다. 진짜 같은 가짜 체험을 보며 '사생활의 소비'를 즐기는 사람들은 누구이고 그들은 왜 그토록 열광하는 것일까.

≪디지털 괴짜가 미래 소비를 결정한다≫는 다양한 사회 현상 속에 숨어 있는 대중의 심리를 분석했다. 촛불 집회,된장녀 사건,허경영 신드롬,학력위조 스캔들,봉하마을 노간지의 배후에는 '대세'와 '재미'를 창조하는 디지털 인간들이 있으며 이들의 사이버 코드가 현실 세계의 소비 행태까지 바꾸고 있다고 보았다.

지름신을 강림하게 만드는 대박의 공식을 '박순희'(극성 팬을 일컫는 '빠순이'를 순화한 표현)와 '오덕후'(외곬ㆍ마니아를 지칭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우리말 버전)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이들 유형을 '디지털 부머' '디지털 루덴스'로 호명하고 '네오 르네상스'(재미있게 놀고 돈도 벌고자 하는 그룹)와 함께 사이버 세상의 주류로 분류했다.

'혁신적인 기술이라고 해서 모두 수용되거나 우리 생활을 바꾸어 놓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바로 소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새로운 기능을 가장 먼저 반기는 자들이 누구이며 티핑을 일으키는 사람들이 누구인가를 알아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생소하고도 낯선 집단의 특성을 파악해야만 미래의 소비 메커니즘과 주역을 예측할 수 있다. 그것은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인간의 본능과 욕구를 낯설게 보여 줌으로써 우리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만드는 것과 유사한 이치다.

김홍조 편집위원 kiru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