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터키인가"란 질문엔 답을 하기 편하다. 보스포러스 해협을 가운데 두고 아시아와 유럽,두 대륙에 걸쳐 있는 터키만큼 다양한 문화의 스펙트럼을 펼쳐보이는 곳도 없어서다. '인류문명이 살아 있는 거대한 옥외 박물관'이란 역사학자 토인비의 말에 그 정수가 함축돼 있다. 지구상의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독특한 자연풍광 역시 터키를 터키이게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천년의 수도,이스탄불

터키 여행의 중심,이스탄불은 비잔틴제국과 오스만터키제국의 수도로 영화를 누렸던 도시다. 서기 330년 로마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이곳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콘스탄티노플이라 불렀고,1453년 돌궐족인 오스만 투르크가 정복하면서 이스탄불로 개칭했다.

옛 시가지에 볼거리가 몰려 있다. 아야 소피아(성 소피아 성당)이 으뜸이다. '성스러운 지혜'란 의미의 아야 소피아는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1000여년(537∼1453)이나 이어졌던 비잔틴 제국의 기독교 신앙 중심이었다. 높이 56m,지름 31m의 대형 돔이 웅장하고 내부의 모자이크 벽화도 볼만하다. 아야 소피아 맞은 편의 블루 모스크는 1616년 술타 아흐메트1세가 완성한 이슬람 사원.소피아 성당과 모습이 비슷하다. 이슬람 문화가 비잔틴 문화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었다고 한다. 모스크 내부가 녹색타일로 장식되어 있다. 200개가 넘는 스테인드글라스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줄기가 성스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아야 소피아 옆 언덕 위의 톱카프궁은 1865년 해안가에 신축한 돌마바흐체 궁전으로 옮기기까지 500여년간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심장 역할을 한 곳이다. 작은 도시를 방불케 하는 궁전에서는 제국의 황제들이 사용했던 집기들을 볼 수 있다. 수많은 에메랄드가 박힌 톱카프 단도의 칼집,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크다는 '숟가락 다이아몬드'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스탄불 최대 시장인 카팔르 차르시도 빼놓을 수 없다. 11개의 출입문이 있는 하나의 담 안에 4000여개의 상점이 모여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카펫 도자기 가죽 식품 등 기념품을 흥정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희한한 요정의 굴뚝,카파도키아

카파도키아는 기원전 6세기께 페르시아가 지배하던 당시 생긴 작은 왕국이었다. 페르시아 말을 키우던 '말의 땅'이란 뜻의 이곳은 버섯 모양의 커다란 바위기둥 계곡과 거대한 지하도시로 알려져 있다. 그 중심은 괴레메다. 버섯 모양의 바위기둥은 과연 '요정의 굴뚝'이라고 할 만하다.

괴레메 야외박물관에는 암굴교회가 있다. 카파도키아 일대에 산재해 있는 200여 개의 암굴교회 중 10여개가 모여 있다. 성 바바라 교회,뱀교회,샌달교회,암흑교회,사과교회 등 교회 내부의 벽과 천장에 성화가 그려져 있다. 예수의 행적이나 성경의 내용을 옮긴 것들이다.

카파도키아는 열기구를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가서 봐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열기구는 여기저기를 옮겨다니며 바위기둥 가득한 계곡풍경을 보여준다. 마치 외계 어느 별의 지형을 보는 것 같다.

카파도키아는 거대한 지하도시로도 주목받고 있다. 데린쿠유와 카이막클르의 지하도시가 알려져 있다. 데린쿠유 지하도시는 전체 20층 규모로 8층까지만 개방되고 있다. 내부는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층마다 거주공간과 부엌,창고,가축우리 등이 따로 있다. 학교와 십자형태의 예배당 같은 부대시설의 흔적도 보인다. 방과 방 사이는 또 의사통을 위한 작은 구멍으로 연결돼 있다. 공기순환과 온도조절을 위한 통풍구도 두었다. 초기 기독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서 예배를 올렸던 장소이기도 하다.

■석회암 언덕의 테라스 풀,파묵칼레

파묵칼레는 로마시대의 온천휴양지다. 새하얀 계단식 야외 온천풀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계곡 밑바닥에서부터 25층 아파트 높이의 새하얀 언덕 한쪽 경사면 전체가 층층이 쌓인 다랑이 논을 연상시킨다. 고급 아파트의 원형 발코니를 상하좌우로 이어붙인 것처럼 예쁘다. 이곳 사람들은 하얗게 벌어진 목화송이를 성처럼 쌓아 놓은 형상이라고 묘사한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터키말로 파묵(목화) 칼레(성)다. 온천풀의 전면에 주렁주렁 매달린 석순의 생김새도 근사하다.

이 온천풀은 언덕 꼭대기에서 흘러내린 온천수에 의해 형성됐다고 한다. 지표면에 드러난 36도의 온천수가 식으면서 화학작용이 일어나고,그 과정에서 발생한 탄산칼슘 결정이 1만4000여년 동안 자라는 듯 쌓인 결과라는 것이다. 예전과 달리 온천풀에 들어가 몸을 적실 수는 없다. 무분별한 개발로 온천물이 거의 말랐기 때문이다. 보호를 위해 특정 구역만 맨발로만 입장케 하고 있다. 정상의 호텔에 고대의 대리석 기둥을 살려 만든 온천탕이 있다. 기원전 3세기께 번성했던 페르가몬 왕국의 수도 히에라폴리스의 유적도 살펴볼 수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