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NBS 회장 한일 드라마 제작 흐름에 일침
"요즘 한류드라마는 다 비슷비슷"

일본 NBS(Nippon Broadcasting System)의 회장이자 도쿄국제드라마페스티벌 실행위원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시게무라 하지메(64)씨가 한국과 일본의 최근 드라마 제작 경향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시게무라 회장은 22일 오후 일본 도쿄 메이지 기념관에서 가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게는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며 "일시적으로 시청률만 높이면 된다는 생각에 창작을 도외시하고 만화나 소설 등 원작에만 의존한다면 작품의 질이 점점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일본 드라마는 만화 원작 작품, 소설 원작 작품, 오리지널 작품으로 삼등분되고 있다"며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오리지널 작품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고 지적했다.

시게무라는 "원작에 기초할 때 원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하거나 원작의 정서와 메시지를 잘 반영한다면 별문제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한 후 "하지만 시청률 경쟁을 위해 원작의 스토리와 재미만 가져온다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 드라마에서도 만화와 소설 원작을 토대로 한 드라마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다.

'타짜', '사랑해', '식객',' 달콤한 나의 도시', '바람의 화원' 등 방송됐거나 현재 전파를 타고 있는 드라마는 말할 것도 없고 '꽃보다 남자', '돌아온 일지매' 등 조만간 방송될 드라마의 상당수도 소설이나 만화 원작이 있다.

와세다대에서 정치경제학을 공부한 시게무라 회장은 후지 TV에서 연출자로 경력을 쌓았다.

스카이 퍼펙트 커뮤니케이션의 대표 연출자 및 사장을 거쳐 2006년부터 NBS의 회장을 맡고 있다.

아울러 22~23일 열리고 있는 도쿄국제드라마페스티벌의 실무도 총괄하는 등 드라마 산업에 정통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최근 위기론이 일고 있는 한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겨울연가' 등 한류를 일으킨 한국 드라마에는 일본 드라마가 잃어버렸던 멜로가 있었습니다.

기술적인 수준도 뛰어났기 때문에 일본 팬은 한국 드라마를 일본 드라마의 한 장르로 인식하고 받아들여 시청했지요.

그런데 한국은 최근 비슷한 내용의 드라마를 계속해서 찍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요즘 '한류 드라마는 모두 같다'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래선 안되지요.

"
시게무라 회장은 이어 "하나의 상품이 히트했다고 같은 것을 계속 만들면 안 된다"며 "한국 드라마가 붐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언젠가는 꺼질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처음 열린 도쿄국제드라마페스티벌은 올해 드라마 어워드를 신설했다.

22일 열린 시상식에서는 일본 드라마 '판도라'와 '덴토센'이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물론 작품의 질도 중요하지만 이번 시상식에서는 시청자를 즐겁게 할 수 있는 대중성과 상품성에 주목했다"며 "드라마 PD는 앞으로 10~20년 동안 DVD 등으로 계속 팔릴 수 있는 'TV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드라마어워드, 상하이TV페스티벌 등 동아시아 각 나라 드라마 페스티벌과의 향후 협력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지만 한국, 중국 등과 협력을 맺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싶다는 기본 방침은 갖고 있다"며 "서울과 상하이에서 상을 받은 작품을 꾸준히 일본에 소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