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08] (4) 인재가 미래다 ‥ '작은 목소리'도 크게 듣는 CEO가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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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회사 일라이 릴리의 다양성주의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Cialis).불어로 하늘을 뜻하는 '시엘(Ciel)'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의 합성어다.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남성들에게 하늘만큼 넓고 자유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시알리스가 처음 시판된 것은 지난 2003년.
그후 이름에 걸맞게 유럽과 남미등 25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약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곳이 바로 미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일라이 릴리가 시알리스 개발에 나섰던 것은 아니다. 관련 물질을 개발한 바이오벤처회사가 협력파트너로 일라이 릴리를 선택함으로써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일라이 릴리 특유의 다양성 문화가 복을 불러 들인 셈이다.
미국 워싱턴의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인 ICOS는 1993년 'IC351'이라는 물질이 남성의 발기를 막는 PDE5 효소의 활성화를 멈추게 하는 강력한 효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세계적인 발기부전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ICOS는 바이오벤처에 불과했다. 이 물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비아그라보다 더 효과가 좋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시간도,돈도 부족했다.
그래서 찾아낸 협력 파트너가 일라이 릴리다. 인종˙성˙연령˙증상 등에 따른 환자들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임상실험 전통과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 릴리의 매력에 끌린 덕분이다.
1998년 일라이 릴리와 ICOS는 '릴리ICOS'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3년 시알리스가 태어났다.
일라이 릴리는 유난히 다양성을 강조하는 회사다. 환자들이 세계 각국에 있는 만큼 회사 구성원도 다양하게 뽑아서 '작은 지구촌'을 만드는걸 지향한다.
실제 이 회사의 구성원만 보면 미국 회사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국적도,인종도,성별도 제각각이다.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현 이사회 회장인 시드니 토렐는 모로코 출신이다. 현재 미국 사장을 맡고 있는 디어드라 코넬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영국 지사의 인사 총책임자와 미국 영업 총괄담당자,아시아˙태평양 지역 총책임자는 한국인이다. 130년전 미국인이 만든 미국 회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형국이다.
제약회사는 성격상 어느 업종보다도 다양성을 강조한다. 일라이 릴리의 다양성 정책은 유별나다.
지난 2006년 제약업계에선 처음으로 '글로벌 다양성 본부'를 설치했을 정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 세계의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주요 임무다.
분부장인 패트리샤 마틴의 직급은 부회장으로 높다. CEO 직속이다.
릴리가 세계 8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연구원 중에도 아시아인이 백인보다 많다.
2002년 선보인 세계유일의 중증 패혈증 치료제인 '자이그리스'를 개발한 사람도 중국계여성인 사우치 박사였다.
일라이 릴리가 이처럼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다양성만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마틴 부회장은 "인종별,성별,지역별로 다른 병의 증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백인들로만 구성돼 있는 회사가 아시아인을 위한 위암 약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환자들의 구성비율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내 백인비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인종별로 증상도 다르다. 흑인이 당뇨병 증세를 보일 확률은 백인의 1.8배에 달한다. 히스패닉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위험성이 백인보다 크다. 이처럼 서로 다른 증상과 예후를 보이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약을 공급하려면 회사 안에 이들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릴리의 철학이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섞여 있다보면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묻혀버릴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를 보와한기 위해 기발한 장치를 개발했다. 아시아인,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그룹을 대변하는 '스폰서(Executive Sponsor)' 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재 여성 네트워크의 스폰서는 남성인 브라이스 카미니 전세계 영업˙마케팅 총괄 수석 부회장이 맡고 있다.
CEO인 레크라이더도 CEO가 되기 전까지는 한 그룹의 스폰서를 맡았다. 이처럼 '높은 사람'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다양한 조직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다양하게'를 외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은 다양성 부서를 설치했던 2006년 157억달러에서 작년 186억달러로 19% 늘었다.
마틴 부회장은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다양성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동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릴리는 다양성문화를 성공의 핵심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릴리가 당뇨병 치료제인 '액토스'와 골다공증 치료제인 '포스테오', 폐암치료제인 '알림타',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등을 잇따라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인디애나폴리스(미 인디애나주)=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Cialis).불어로 하늘을 뜻하는 '시엘(Ciel)'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의 합성어다.
발기부전을 겪고 있는 남성들에게 하늘만큼 넓고 자유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는 취지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시알리스가 처음 시판된 것은 지난 2003년.
그후 이름에 걸맞게 유럽과 남미등 25개국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이 약을 개발해 시판하고 있는 곳이 바로 미 제약회사인 일라이 릴리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일라이 릴리가 시알리스 개발에 나섰던 것은 아니다. 관련 물질을 개발한 바이오벤처회사가 협력파트너로 일라이 릴리를 선택함으로써 대박을 터뜨리게 됐다.
일라이 릴리 특유의 다양성 문화가 복을 불러 들인 셈이다.
미국 워싱턴의 바이오테크놀로지 회사인 ICOS는 1993년 'IC351'이라는 물질이 남성의 발기를 막는 PDE5 효소의 활성화를 멈추게 하는 강력한 효능이 있음을 알게 됐다.
세계적인 발기부전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충분해 보였다.
그러나 ICOS는 바이오벤처에 불과했다. 이 물질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반이 없었다. 화이자가 개발 중인 비아그라보다 더 효과가 좋다는 확신은 있었지만 시간도,돈도 부족했다.
그래서 찾아낸 협력 파트너가 일라이 릴리다. 인종˙성˙연령˙증상 등에 따른 환자들의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임상실험 전통과 시스템을 갖춘 것으로 유명한 릴리의 매력에 끌린 덕분이다.
1998년 일라이 릴리와 ICOS는 '릴리ICOS'라는 조인트 벤처를 설립했다. 그리고 2003년 시알리스가 태어났다.
일라이 릴리는 유난히 다양성을 강조하는 회사다. 환자들이 세계 각국에 있는 만큼 회사 구성원도 다양하게 뽑아서 '작은 지구촌'을 만드는걸 지향한다.
실제 이 회사의 구성원만 보면 미국 회사라는게 믿기지 않는다. 국적도,인종도,성별도 제각각이다.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현 이사회 회장인 시드니 토렐는 모로코 출신이다. 현재 미국 사장을 맡고 있는 디어드라 코넬리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이다.
영국 지사의 인사 총책임자와 미국 영업 총괄담당자,아시아˙태평양 지역 총책임자는 한국인이다. 130년전 미국인이 만든 미국 회사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는 형국이다.
제약회사는 성격상 어느 업종보다도 다양성을 강조한다. 일라이 릴리의 다양성 정책은 유별나다.
지난 2006년 제약업계에선 처음으로 '글로벌 다양성 본부'를 설치했을 정도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전 세계의 인재를 영입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대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주요 임무다.
분부장인 패트리샤 마틴의 직급은 부회장으로 높다. CEO 직속이다.
릴리가 세계 8개국에 연구개발(R&D)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에서 일하는 연구원 중에도 아시아인이 백인보다 많다.
2002년 선보인 세계유일의 중증 패혈증 치료제인 '자이그리스'를 개발한 사람도 중국계여성인 사우치 박사였다.
일라이 릴리가 이처럼 다양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다양성만이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다.
마틴 부회장은 "인종별,성별,지역별로 다른 병의 증상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며 "백인들로만 구성돼 있는 회사가 아시아인을 위한 위암 약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실제 환자들의 구성비율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내 백인비율은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인종별로 증상도 다르다. 흑인이 당뇨병 증세를 보일 확률은 백인의 1.8배에 달한다. 히스패닉은 알츠하이머 병에 걸릴 위험성이 백인보다 크다. 이처럼 서로 다른 증상과 예후를 보이는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약을 공급하려면 회사 안에 이들과 같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게 릴리의 철학이다.
여러 종류의 사람이 섞여 있다보면 아무리 창의적인 아이디어라도 묻혀버릴 수 있다.
일라이 릴리는 이를 보와한기 위해 기발한 장치를 개발했다. 아시아인,여성,장애인 등 소수자 그룹을 대변하는 '스폰서(Executive Sponsor)' 제도가 대표적이다.
현재 여성 네트워크의 스폰서는 남성인 브라이스 카미니 전세계 영업˙마케팅 총괄 수석 부회장이 맡고 있다.
CEO인 레크라이더도 CEO가 되기 전까지는 한 그룹의 스폰서를 맡았다. 이처럼 '높은 사람'들이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함으로써 다양한 조직을 더욱 다양하게 만들고 있다.
'더욱 다양하게'를 외치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노력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매출액은 다양성 부서를 설치했던 2006년 157억달러에서 작년 186억달러로 19% 늘었다.
마틴 부회장은 "대부분 미국 기업들이 다양성을 높이려고 노력하지만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동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릴리는 다양성문화를 성공의 핵심포인트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릴리가 당뇨병 치료제인 '액토스'와 골다공증 치료제인 '포스테오', 폐암치료제인 '알림타', 발기부전 치료제인 '시알리스'등을 잇따라 히트상품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가 이해되는 순간이다.
인디애나폴리스(미 인디애나주)=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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